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를 수사한 검찰이 관련자들에 대해 기소 의견을 냈지만 대검찰청 승인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두 사건 모두 대검에 기소 의견이 전달된 지 1개월이 넘게 흘렀고, 수사팀은 인사 이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휘 과정에서 떠오른 쟁점이 해소되지 못했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대검이 ‘정권 수사’ 의사 결정에 부담을 느낀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노정환 대전지검장은 지난 28일 대검을 찾아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상현) 수사 결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하겠다고 보고했다.
대전지검 부장회의를 거쳐 만장일치로 의결된 내용을 검사장이 직접 보고했지만 대검은 일단 사건처리를 승인하지 않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대검은 “내부 의사 결정에 관련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법조계는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배임죄 적용 여부를 두고 대검과 수사팀 간 이견이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수사팀은 경제성 평가 조작이 직권남용뿐 아니라 배임과도 연결된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경제성 있는 원전을 폐쇄하면 세금으로 민간에 보상을 해야 해 정부가 한수원 측에 “원전은 가동할수록 적자”라는 거짓 의향서를 쓰게 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전력이 가동이익을 포기하는 피해로 이어졌다는 게 수사팀 판단이다.
다만 일각에선 배임죄 적용에 연결고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어 왔다. 조기 폐쇄에 따른 손실은 비교적 명확하지만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됐는지 불분명하다는 것이었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예컨대 대기업 사주 배임은 대체로 회사에 끼친 손해가 사주 개인 회사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구조인데, 월성 사건은 이익 취득 주체를 어떻게 말할 것인지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향후 국가가 민사소송 대상이 될 수 있어 대검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수사를 펼쳐온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도 대검에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기소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별다른 응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전지검과 수원지검 수사팀이 수사해온 사건의 최종 처리는 후임 몫이 될 전망이다. 7월 2일자로 시행되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따라 두 수사팀 구성원은 전국으로 흩어진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