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문·이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도입하면서 문과와 이과 수험생의 유불리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기초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올해 처음 시도되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선 문과와 이과가 국어와 수학에서 경쟁한다. 특히 수학 격차가 관건이었는데 예상보다 격차가 크게 나타나자 후폭풍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깜깜이 수능’으로 수험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커져 경제력 차이에 따른 입시정보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지난 3일 치러진 2022학년도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6월 모의평가는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이 1년에 두 차례(6월과 9월) 시행하는 ‘예비 수능’ 중 첫 시험이다. 수험생들은 모의평가를 통해 수능의 출제경향과 난도를 가늠하고 수시 지원 때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시험은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만점자에게 주어지는 표준점수 최고점을 보면 146점으로 지난해 수능 144점보다 2점 올랐다. 시험이 어려우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올라간다. 가·나형 구분이 없어진 수학 영역에서도 표준점수 최고점이 146점이었다. 지난해 수능 가형과 나형 모두 137점이었는데 9점이나 상승할 정도로 어려웠다.
국어 1등급 구분점수(컷)는 국어가 132점으로 지난해 수능(131점)보다 1점 상승했다. 수학 1등급 컷은 134점이었다. 지난해 수능 가형 130점보다 4점, 나형 131점보다 3점 올랐다. 수학의 경우 표준점수 최고점과 1등급 컷의 차이가 작년에는 6~7점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12점으로 벌어졌다. 1등급 내에서도 변별력이 상당했다는 얘기다. 영어 1등급 비율은 5.51%로 작년 수능 12.66%보다 대폭 줄어들었다. 한국사 1등급 비율은 14.63%로 지난해 수능 34.32%보다 20% 포인트 하락했다.
수능 제도가 대폭 바뀌었음에도 공개된 정보가 부족해 수험생들이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국어와 수학 영역이 공통·선택과목 체제로 바뀌었다. 수학의 경우 수학Ⅰ 수학Ⅱ를 공통으로 치르고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세 과목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문과와 이과가 수학에서 처음 경쟁하는 것이다. 문과 수험생이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는데 실제 얼마나 불리한지 파악할 수 있는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분포가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는 “교사들은 진로·진학 지도를 위해 공개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으나 수험생 혼란 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수험생 혼란’이 명분이지만 제도 결함을 감추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이번 모의평가를 치른 고3과 재수생 9000여명을 분석해보니 수학 1등급 학생의 95.51%가 이과생으로 격차가 압도적이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문·이과 유불리와 선택과목 유불리가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서 일선 학교에서도 선택과목을 바꾸려고 하는 학생의 정확한 방향을 잡아주는 데 혼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정보 부족으로 수시전형 원서 쓸 때와 수능 후 대학별고사 응시 여부 판단에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