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에 의한 성폭력”… 오거돈 1심서 징역 3년 법정구속

입력 2021-06-30 04:02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9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강제추행치상 혐의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연합뉴스

부산시 여성 공무원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부산지법 제6형사부(부장판사 류승우)는 29일 강제추행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 전 시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 아동·청소년 장애인복지시설 관련 기관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오 전 시장은 선고 직후 곧바로 법정구속돼 수감됐다.

재판부는 가장 먼저 오 시장의 범행을 “권력에 의한 성폭력 범죄”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이 사건은 피고인이 피해자보다 월등히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저지른 권력에 의한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 심정은 처참하고 우리 사회가 느낀 감정 역시 참담했다”며 “피고인은 우리나라 사회를 앞에 서서 이끄는 사람으로서 피해자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 구성원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밝혔다.

또 “정치가 들어설 게 없는 사건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것과 관련 없다. 고통받지 않아야 할 사람이 아직 고통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검찰과 오 전 시장 변호인 측이 쟁점으로 다퉜던 강제추행치상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 손을 들어줬다. 피해자가 성추행 피해 이후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을 앓으며 정신적 고통을 당해온 점을 상해로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설령 피고인의 범행이 피해자 질환 발생의 유일한 원인이 아니라 해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확실하다”며 “수사 장기화와 사회적 주목으로 피해자가 입은 또 다른 스트레스 역시 피고인으로부터 야기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오 전 시장 측은 범행과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사이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항변해 왔다. 강제추행치상죄는 형법상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지지만, 1심 재판부는 오 전 시장이 과거 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그러나 오 전 시장이 주장한 인지장애와 치매 등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 내내 고개를 숙였던 오 전 시장은 선고가 내려지자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 측인 오거돈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1심 선고에 대해 “(형량이) 부족하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공대위 관계자는 “7년 이상의 실형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고 가중처벌했어야 하지 않냐”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은 2018년 11월 부산시청 직원 A씨를 강제추행하고 같은 해 12월 A씨를 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지난해 4월 시장 집무실에서 직원 B씨를 추행하고, 이 직원에게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 등 상해를 입게 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방송 운영자들을 고소한 것도 무고 혐의로 기소됐다. 오 전 시장은 지난해 4월 23일 성추행을 고백하고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