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법은 평등원칙을 모든 사적 영역에 직접 적용한다. 역사적으로 평등원칙은 국가와 국민 간에 국민을 차별하지 말고 동등하게 대우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국민(사인) 간 관계는 기본적으로 ‘계약 자유의 원칙’ 내지 ‘사적 자치(私的 自治)의 원칙’에 따라 규율되어 왔다.
이는 오늘날에도 확고한 법 원칙이다. 다만 사인 간 관계가 사실상 동등하지 못한 경우 국가가 예외적·제한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공정거래법 등이 그러한 예다.
그런데 평등법은 통상적으로 사적 분야에 해당하는 고용 관계의 형성, 재화 및 용역의 제공까지 평등이념을 과도하게 직접 적용하고 있다. 이로써 종래 자유롭게 행해진 계약·거래가 차별행위로 취급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평등법의 근로자 및 사용자 정의는 노사관계 기본법인 근로기준법의 그것보다 훨씬 넓다. 평등법안에 따르면 파견근로자에 대해 파견사업자뿐 아니라 사용사업자도 사용자 지위에 있게 된다. 그래서 사용자가 직접 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와 파견근로자 간에 처우를 달리하면 고용형태에 대한 차별 책임을 진다.
평등법에는 기업은 물론 영세한 소상공업자의 경제활동을 억압하는 규정이 많다. 예컨대 제13조는 ‘모집·채용 광고 시 성별 등을 이유로 한 배제나 제한을 표현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이에 따르면 ‘대졸 공개채용’은 학력으로 인한 차별로서 금지대상이 된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채용에서 탈락한 사람이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하면 사용자는 채용에 활용한 자료나 내역을 모두 공개하여야 한다.(제38조) 제14조는 임금을 차등 지급하거나 호봉 산정, 연봉 책정 등 임금 결정 기준을 다르게 정하는 것을 금지한다.
이에 따르면 학사, 석·박사 간 연봉 차이도 차별이라는 주장이 가능하다. 이는 능력에 따른 정당한 차이를 부정하는 셈이 된다. 또한 은행 등 금융기관도 대출할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을 해서도 안 된다. 상환 능력이 충분한 정규직이 사실상 손해를 보는 역차별이 발생하는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차별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의 조사, 법원의 차별중지 등 임시조치와 이행판결 및 이에 따른 이행배상금, 손해배상 또는 손해액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해당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최소 500만원)의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결정타는 가해자로 지목된 자가 차별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 쉽지 않다. 피해자가 차별 사유를 여러 개 주장하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그렇지 않다고 정당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동성애자, 종북 좌파, 신천지 신도,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 여장 남성이 만약 해고나 승진, 고용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기업 인사 책임자, 카페 주인은 여러 가지 차별을 받았다는 당사자의 문제 제기에 대해 일일이 입증해야 한다. 만약 하나라도 입증 못 하면 차별이 된다. 사실상 정당성 입증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이처럼 엄중한 제재는 물론 소송과정의 비용, 심리적·사회적 손해를 감당할 수 있는 소상공업자나 중소기업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이것만이 아니다. 평등법은 차별금지(평등)에 대한 특별법으로서 다른 법률의 차별행위 유형을 그대로 옮겨 규정하거나, 이를 더 강화하고 있다.
즉 다른 개별 법률과 중복해서 적용하겠다는 말이다. 예컨대 모집·채용 상의 차별금지, 임금 등에서의 차별금지, 해고 등 불이익 처분의 금지 등은 고용 관계를 규율하는 남녀고용평등법,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등과 중복된다.
모집·채용 시 남녀를 차별하는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평등법에 따르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평등법은 다른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 절차의 이용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에 대놓고 중복 적용을 명시하고 있다.
도대체 평등법은 누구를 위한 법일까. 만약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사업자에게는 경영위축을 가져올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궁극적으로 고용축소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홍익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