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에서 나와 믿음의 영역으로 흩어져라”

입력 2021-07-01 03:06
존 박(뒷줄 오른쪽 두 번째)과 캐시 박(뒷줄 오른쪽 세 번째) 부부가 2013년 영국 웨일스 공항에서 어린이 선교팀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초대교회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스데반의 순교를 시작으로 예루살렘에 있는 교회에 큰 박해가 일어났다. 사도 외에는 예루살렘 교회의 모든 성도는 환난을 피해 디아스포라로 흩어졌다. 편안함에 안주하고 살던 성도들이 선택의 여지 없이 불확실한 것밖에 없는, 믿음으로만 살아야 하는 지역으로 흩어졌다.

세상이 주는 환난과 박해는 교회에 분명 아픈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것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선으로 바꾸셨다. 디아스포라로 흩어지는 것은 고통이었으나 그들이 흩어져 가는 곳마다 복음이 선포되고 디아스포라에 의한 디아스포라를 위한 디아스포라 선교가 시작되었다.

한 가지 사례로 빌립은 핍박을 피해 사마리아로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복음을 전함으로써, 수많은 병자가 치유받고 그리스도의 말씀을 듣고 사마리아성 모든 사람이 예수를 믿고 기쁨이 충만하게 되었다.(행 8:1~8)

존과 캐시 박 부부는 교회 안에서 이름도 빛도 없이 겸손함으로 어린아이들을 섬겼다. 부부는 1.5세여서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지만, 영어가 더 편한 사람들이다. 세계전문인선교회(PGM)의 비전을 따라 토마스 선교사가 파송된 영국 웨일스의 어린이들에게 복음의 빚을 갚자는 비전을 던졌을 때, 이 부부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로 인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은 남편 존이 쓴 간증문의 일부다.

“PGM 대표인 호성기 담임목사님으로부터 그동안 계속해온 어린이 사역을 가지고 웨일스의 선교사로 가라는 말씀을 들었다.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12년이 지나도 아기가 없었다. 아이가 없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하나님이 우리 부부를 선교사로 보내시는 뜻으로 받았다.

그러나 13년째 아들을 주셨다. 아들이 생기자 선교사로 가려던 꿈은 다 잊었다. 그런데 선교지로 가라고 하신다. 이제 18개월 된 아들 세바스천이 선교에 걸림돌이 되었다. 거절하고 싶었다.

그때 우리 부부는 노인과 장애인을 돌보는 회사를 세워 경영하는 비전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신청을 할 때마다 경험도, 자본도 없다는 이유로 회사의 후원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아들을 돌볼 테니 아내에게 혼자 가라고 했다.

그러나 기도하는 중에 세미한 주님의 음성을 들었다. ‘편안함의 영역에서 나와 믿음의 영역으로 흩어져 떠나가라.’ 우리 부부는 18개월 된 아들을 장모님께 부탁하고 말씀에 순종하여 가기로 했다.

추진하던 사업이 벽에 부딪혀 아무 소망이 없어 실망스러웠지만, 하나님께 순종하기로 했다. 2011년 우리 부부와 교사 한 명, 그리고 전도사님 한 명 등 4명이 팀이 돼 웨일스의 어린이를 위한 단기선교에 참여했다.

웨일스 어린이들을 위한 단기선교를 진행하는 사이, 하나님은 나의 일을 대신해 주셨다. 백만장자가 운영하는 큰 회사가 후원 여부를 논의하자며 인터뷰를 하자고 연락이 왔다. 자본도, 경험도 없어서 그동안 수많은 회사가 외면하고 거절했는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인터뷰할 때 내 삶을 나눌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방금 다녀온 웨일스 선교의 간증을 말했다. 면접에서는 성령님의 감동이 있었다. 그 회사는 내가 노인과 장애인을 잘 돌볼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회사를 시작하고 경영할 수 있도록 후원자로 나섰다. 아브라함이 순종하였더니 하나님이 여호와 이레의 축복을 주신 것이 생각났다. 눈물로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렸다.

그 후 매년 우리 부부와 아들은 웨일스 선교사로 헌신한다. 아들은 장래 웨일스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고 어린 나이부터 선교사로 우리 부부와 함께 전심을 다해 섬기고 있다.

그때 시작한 사업은 하나님의 축복 속에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조국 대한민국에는 대형교회도 많고 토마스 선교사를 파송한 웨일스에 선교하려는 교회와 성도도 많다. 비전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언어와 문화 차이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봤다.

나는 디아스포라다. 미국에 어릴 때 와서 영어와 한국어가 능통하다. 한국 문화와 서구문화에 익숙하다. 웨일스의 어린이들과 만나는 첫날부터 우리는 하나가 된다. 아들도 갈 때마다 많은 영국인 어린이와 친구가 된다.

지난 10년간 매년 웨일스 지역 교회에서 300명 이상의 어린이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웨일스에서 부흥을 일으키시는 하나님께 조금이라도 쓰임 받는 디아스포라가 될 수 있어서 기쁘다.”

편안함의 영역에서 나와 믿음의 영역으로 떠나 흩어져라.(Come out from your safe zone and go into the faith zone) 이것이 바로 디아스포라에 의한 디아스포라를 위한 디아스포라의 선교, 즉 하나님의 선교다.

(미국 필라안디옥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