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업체 페이스북이 미국 연방과 주 정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에서 승리했다. 소송 자체를 기각해 달라는 페이스북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였다. IT 기업들의 시장 지배력 확대를 견제하려던 미 정부로서는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빅 테크’ 기업을 통제하려는 시도에 큰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DC 연방법원 제임스 보즈버그 판사는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 46개 주 검찰총장이 지난해 12월 페이스북을 상대로 낸 두 건의 반독점 소송을 기각해 달라는 페이스북의 요청을 28일(현지시간) 수용했다.
FTC는 “페이스북이 2011년 이후 미국 개인용 소셜미디어 시장에서 지배적 점유율(60% 초과)을 유지해 왔다. 페이스북에 필적할 다른 업체가 없는 만큼 독점 기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보즈버그 판사는 이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장 점유율 측정 방법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고,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근거도 약하다는 것이다.
보즈버그 판사는 “FTC는 페이스북이 독점이라는 관습적 통념에 법원이 (근거 없이)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바라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주 검찰총장들이 낸 소송에 대해 “너무 늦었다”며 기각했다. 페이스북은 2012년 ‘인스타그램’과 2014년 ‘왓츠앱’을 인수했는데, 주 검찰은 이 같은 행위가 미래의 잠재적 경쟁자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독점한 것이라고 봤다. 보즈버그 판사는 다만 FTC가 공소장을 보완한다면 30일 이내에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정부가 낸 소송에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 기쁘다. 우리는 사람들의 시간과 관심을 얻기 위해 매일 공정하게 경쟁하고 훌륭한 제품을 계속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페이스북의 ‘큰 승리’로 평가했다. 법원 결정 후 페이스북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18%가 올랐고, 시가총액은 1조84억 달러(1137조9847억원)까지 치솟았다. 페이스북이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WP는 “테크 거인들의 힘을 약화하려는 워싱턴의 노력에 큰 타격을 입혔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마존 등 빅 테크 기업들의 시장 독점을 비판해 온 리나 칸 컬럼비아대 로스쿨 교수를 FTC 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테크 기업들에 대한 규제 강화에 힘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미국 정치권에선 법 개정에 대한 논의를 본격 시작했다. 하원 법사위는 지난주 이미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견제를 위한 독점 금지법 개정안 6개를 제출했다. 민주당 소속 상원 법사위 반독점 소위원회 위원장인 에이미 클로버샤 의원은 “이번 판결은 법이 왜 개정돼야 하는지 보여주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 하원 반독점 소위 간사 켄 벅 의원도 트위터에 “반독점 개혁이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썼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