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총장직을 중도 사퇴한 지 117일 만이다. 그는 출마의 변으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또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고도 했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를 세워달라며 임명했던 ‘우리 총장님’이다. 그런 그가 2년 만에 현 정부를 부패, 무능, 약탈, 독재의 집단으로 몰아붙였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직전 검찰총장이 대권에 직행해 정권교체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한 것은 한국 정치사에서 볼 수 없었던 블랙코미디다. 현 정권 사람들이 이를 자초했으니 그의 출마 선언을 지켜보면서 낯이 꽤 뜨거웠을 것이다.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이제 본격적인 검증의 칼날 위에 서게 됐다. 윤 전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로 정권과 사이가 벌어졌고 이를 계기로 야권의 대선 주자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제는 본인이 그런 수사만큼이나 촘촘한 검증의 시험대를 통과해야 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윤 전 총장은 본인부터 옵티머스 사건 부실수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윤대진 검사장의 친형 뇌물수수 사건 무마 의혹과 관련해선 시민단체에 의해 고발된 상태다. 부인과 장모 관련 사건들도 검찰 수사 또는 재판 중에 있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X파일’에 대해 먼저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면 해명하겠다고 했지만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적어도 자신의 일가와 관련된 사안이라도 국민 앞에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게 온당한 태도다. 무엇보다 법치와 정의를 내세워 대선에 뛰어든 만큼 비위가 드러난다면 대선 주자 자리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윤 전 총장이 검사로서 명성을 날렸지만 국정운영 능력을 갖췄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견학 수준의 현장방문이나 전문가한테 받은 속성과외 정도의 지식만 갖고 나라를 운영할 순 없다. 회견 때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주택정책, 탈원전정책 등을 비판했지만 정작 자신이 정권을 잡으면 펴나갈 정책들에 대해선 이렇다 할 설명이 없었다. 가급적 이른 시기에 본인의 정책이나 공약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정책과 공약은 자신이 언급한 ‘역동적 나라’ ‘창의 넘치는 나라’ 등과 같은 모호한 구호가 아니라 실행가능하고 예산 대책도 포함된 구체적인 내용이어야 함은 물론일 테다.
[사설] 출마 선언한 尹… 검증의 칼날 거치고 국정능력 입증해야
입력 2021-06-30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