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7월 1일)을 사흘 앞둔 28일 저녁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선 초대형 축하 공연이 열렸다. 공연 제목은 ‘위대한 장정(大征程)’. 1921년 7월 공산당 창립 이래 당이 이룬 역사적 성취를 혁명, 건설, 개혁개방 시기로 나눠 선전하는 내용이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당 지도부가 흥겨운 음악과 함께 단상에 오르자 2만 관객의 환호성이 쏟아졌다.
하이라이트는 시진핑 시대를 찬양하는 헌사였다. 빈곤 탈피를 그린 ‘동방기적’, 코로나19 극복 과정을 다룬 ‘인민지상’, 인민해방군 활약을 강조한 ‘강군역량’이 줄줄이 이어졌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는 노래를 합창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이었던 이곳은 공산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물결로 뒤덮였다.
중국 공산당 창당 때 당원은 53명이었다. 지금은 14억1178만 인민 중 9191만4000명이 공산당원이다. 아래로는 468만개의 기층 조직이 촘촘하게 뿌리내렸다. 이날 당 각급 조직에는 ‘중국공산당당휘당기조례’가 하달됐다. 공산당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당 휘장과 깃발의 제작·사용·관리 과정에 관한 기본 준칙이 만들어진 것이다. 당의 상징인 휘장과 깃발을 지키는 것이 곧 당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라고 명시됐다. 조례 시행 취지가 인민 단결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조례는 지난 17일 시 주석 주재로 열린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의결됐다.
2021년의 중국은 10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중국 재정당국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1949년 신중국 수립 이후 189배 성장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00조 위안(약 1경7485조원)을 돌파했다. 70년 전 수십 달러 수준이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를 넘어섰고 1978년 개혁개방 이래로 7억7000만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 중국 정부는 이게 다 공산당의 지도력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한원슈 중앙재정경제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은 최근 공산당 100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1949년 트랙터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던 중국이 지금은 유엔에 등재된 모든 산업 분류를 다 갖춘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과 어깨를 견주는 주요 2개국(G2)이 된 만큼 국제무대에서 목소리도 커졌다. 적어도 이런 성과 때문에 공산당을 향한 지지는 굳건한 것처럼 보인다. 지난 3월 미·중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서 미국과 당당히 마주 앉은 중국 대표단 모습을 보고 많은 중국인들이 120년 전 신축조약(베이징의정서)의 치욕을 떠올렸다고 한다. 중국에 신축조약 체결은 주권을 잃은 굴욕적 사건이다. 중국인들은 180도 달라진 국가 위상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인권 탄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중국은 점점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국가보안법 시행 1년 만에 홍콩에선 민주 진영이 초토화됐다. 홍콩에서 중국 반환 이래 처음으로 공산당 기념 우표가 발행됐다는 점은 일국양제가 무력화됐음을 의미한다. 중국의 대만 무력 통일 시나리오도 공공연하게 거론된다.
중국은 또 다른 100년을 앞두고 있다. 신중국 수립 100주년 되는 2049년 세계 최강국이 된다는 중국몽(中國夢)이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 명분도 중국몽 실현에 있다. 시 주석 통치 이념은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란 이름으로 이미 공산당 당장에 삽입됐다. 당장에 명시된 사상은 마오쩌둥에 이어 두 번째다. 안 봐도 알 것 같은 1일 시 주석 중요 연설에 한국을 비롯한 각국이 어떤 평가를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