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신학과 여학우회는 최근 명성교회 소망교회 등 동문교회 500곳에 육아휴직 제도를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다. 여학우회가 진행한 ‘출산휴가 있는 교회, 좋은 교회’ 캠페인의 일환이다. 신대원 3학년에 재학 중인 고나현 여학우회장은 29일 “법적으로 육아휴직 제도가 있지만 유독 교회에선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더는 교회에서 여성 사역자가 배제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여성에게 좋은 게 남성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커졌으면 한다”며 캠페인 배경을 설명했다.
교회에 보낸 서한에는 출산이나 육아로 사역을 그만둬야 했던 여성 전도사들의 사연이 익명으로 실렸다. A씨는 “임신 소식을 알리자마자 교회 분위기가 애매해졌고 그때부터 눈치가 보였다. 이후 출산을 앞뒀다고 (목회자에게) 말하니 그만둘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B씨는 출산휴가 3개월을 받았지만 아이를 낳고부터가 진짜 문제였다고 한다. 그는 “남편도 사역자여서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했는데 도우미들은 주말 근무를 꺼려했다. 남성 사역자가 아이를 교회에 데려가는 건 금기시된 일이었고, 내가 교회에 사정을 말해봤지만 아이를 데려오거나 휴직하는 건 안 된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서한은 장신대의 ‘여교역자 사역잇기 제도’를 교회 내에 만드는 것을 제안하면서 마무리됐다. 여교역자 사역잇기는 출산을 앞둔 여교역자에게 유급 출산휴가 90일을 보장하는 한편 교내 사역 경험이 필요한 학생에게 대체 사역자 자리를 제공하고 학교에서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여학우회는 육아휴직 제도를 갖춘 교회에서 사역 중인 ‘워킹맘’ 여성 교역자 3명을 인터뷰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이들은 교회가 기꺼이 교역자 부모의 가정 섬김을 지원했을 때 어떤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마리아 목사는 “아이를 키우면서 사역하는 게 너무 힘들어 그만두겠다고 말했을 때 목사님이 ‘이 목사가 열심히 사역을 하고 버텨야지,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여성 사역자들도 일한다’며 격려했다. 교회가 일의 효율을 따지기보다 아이와 함께 우리도 커 간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니 사역에 더욱 충실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녀가 두 명 있는 이선애 목사는 “엄마나 아빠가 되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걸 보고 더 넓은 마음으로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이 생긴다. 좋은 사역자를 만들어간다는 생각으로 교회가 기다려주고 배려준다면 교회 사역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이 한 명을 키우고 있는 양지회 전도사는 “사역자들도 가정을 세우는 부모라는 사실과 이 섬김 역시 중요한 사역의 일환이라는 인식을 교회 공동체가 공유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