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원자재가격과 해외 물류비 상승, 부품 조달 삼중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정부에 정보 제공과 첨단 시스템 개발, 부품 국산화 지원을 요구했다.
한국은행 15개 지역본부는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465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29일 지역경제보고서에서 공개했다. 제조업체의 93.2%는 지난해보다 높은 가격으로 원자재 계약을 체결했고, 83.3%는 이로 인해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원자재 외 원가를 절감(53.8%)하거나 판매가격 상승(49.2%)을 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은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분 등을 상품 가격에 전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원자재가 상승이 물가에 상당한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해외 물류비 상승 탓에 생산 투입물 상품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업체의 32.3%가 지난해보다 20% 이상 물류비가 올랐다고 답했다. 항만 병목현상으로 운송 지연일이 17.4일이나 됐고, 3주 이상 운송이 지연됐다고 답한 기업도 21.6%를 기록했다.
제조업체의 33.3%는 부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반도체 등 전자부품이 51.8%로 과반이었고, 일반기계(31.3%), 금속가공(18.1%), 전기장비(13.3%) 등 순이었다. 전자부품 중에는 차량용 비메모리 반도체(39.2%)가 부품조달이 가장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부품 조달이 어려운 업체 중 67.5%가 재고량이 2개월분 미만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원자재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한 정부 건의사항으로는 원자재가 및 수급 정보 제공(39.5%), 일시적 금융 보증 지원(29.6%)이 가장 많았다.
해외 물류비 상승 대책으로는 물류 시스템 첨단화(39.4%)와 운송비 등 금융지원(32.2%)을 가장 많이 요청했다. 부품 조달 지연 해소를 위해서는 중장기적 국산화 지원(65.1%), 수입처 다각화 지원(31.3%)을 요구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