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논란으로 무기한 배구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이재영·다영(25) 쌍둥이 자매의 선수 등록을 둘러싸고 트럭시위까지 등장하는 등 흥국생명을 성토하는 팬들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한국배구연맹(KOVO) 이사회에서 30일 마감일까지 선수 등록 계획을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김여일 흥국생명 배구단장에 28~29일 전화를 걸어 인터뷰했다. 올해로 창단 50년을 맞은 유구한 배구 역사의 흥국생명이 악화된 여론을 무릅쓰고 선수 등록을 강행하려는 이유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쌍둥이 자매의 배구선수 등록을 강행했다가 대대적인 불매운동 벌어질까 걱정되네요.”
이 질문에 김 단장은 “배구 선수 등록을 두 자매의 복귀로 해석하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두 선수를 배구연맹에 등록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이라고 딜레마에 빠진 심정을 토로했다.
또 “선수 등록을 하지 않게되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돼 오히려 다른 팀으로 마음대로 복귀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등록하지 않으면 구단이 두 선수를 징계할 권한마저 사라지게 된다며 흥국생명 울타리 안에서 자숙하고 반성을 시키려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김 단장은 선수 등록 추진이 무기한 출전정지 원칙에 반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데 대해 “학폭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사과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복귀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두 자매가 피해 주장자를 상대로 고소한 것은 적반하장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단장은 “자필 사과문을 작성했는데 성의가 없다는 지적이 많아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용서를 구하려 했는데 만나주지 않았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경찰에 고소한데 대해서는 피해자 주장이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는데다 만나주지 않아 해명할 방법이 고소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김 단장은 여론을 더 악화시킨 이다영의 해외 이적 추진에 대해서도 피해자에 대한 사과문제 해결과 대한배구협회의 이적 동의가 떨어져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저간의 사정을 입장문을 통해 밝히려 했지만 여론의 불신이 너무 강해 오해만 더 키울까봐 그만뒀다고 토로했다.
김 단장은 29일 오전 통화에서는 30일 신규시즌 선수 등록을 예정대로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해 결국 철회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트럭시위 등 팬들의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선수등록을 철회해 FA로 풀리더라도 다른 구단으로 갈 수 있겠느냐며 자포자기적 심정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