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평등법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억압한다

입력 2021-06-30 03:08

자신이 믿고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말하는 것은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밀턴은 “내게 그 어떤 자유보다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말하고 주장할 수 있는 자유를 달라”고 했다.

그는 ‘사상의 자유롭고 공개적인 시장’이라는 자유주의의 핵심 용어를 제시했다. 표현의 자유는 학문적 성과, 양심에 따른 판단, 신앙고백을 널리 알리게 한다는 점에서 학문·양심·종교의 자유를 뒷받침한다.

시비(是非), 선악, 정사(正邪), 미추(美醜)에 대한 가치판단 등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순간 정신적 자유는 질식한다. 이를 토대로 하는 자유민주체제는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말 한마디 잘못하면 온 가족이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가 인권 체계에서 차지하는 중요성과 비중 때문에 헌법은 이를 매우 두텁게 보장한다. 만약 표현의 자유를 규제해야 한다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할 것을 주문한다.

대표적인 원칙은 ‘명확성의 원칙’이다.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규정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인데, 만약 모호하고 막연한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려는 시도를 무효로 한다는 원칙이다.

또한 ‘명백·현존 위험의 원칙’도 있다. 문제가 되는 표현이 실제 해악을 초래할 위험이 명백하고 현존하는 경우에만 억제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즉 어떤 표현이 단지 위험한 경향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규제할 수 없으며, 실제 그 해악을 초래할 위험의 정도와 근접성을 따져서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면서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 이때는 분명히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명예훼손죄와 모욕죄가 그 대표적인 처벌 수단이다. 그런데 평등법은 명확성의 원칙, 명백·현존 위험의 원칙을 뛰어넘어 그 이상으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 혐오표현을 단순 괴롭힘으로 규정하고 이를 불법적인 차별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즉 멸시, 모욕, 위협 등 부정적 관념의 표시 또는 선동 등의 혐오적 표현을 하는 행위(이른바 혐오표현)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을 금지한다. 혐오표현에 의한 차별행위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력한 제재를 하도록 해놨다.

혐오표현은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하지만 멸시, 모욕, 위협 등 부정적 관념이라는 단어는 매우 막연한 용어다. 특히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도 지극히 주관적인 표현이다.

만약 대학교수가 수업시간에 자유민주주의에 반하는 주체사상, 시한부 종말론을 따르는 신천지를 비판하면 어떻게 될까. ‘사상’ ‘종교’를 이유로 그 추종자인 종북좌파와 신천지 신도를 괴롭히는 것이 된다. 즉 차별로 간주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동성애의 의학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료인 때문에 동성애자가 모욕감이나 두려움을 갖게 됐다면 어떻게 될까. 혐오표현에 의한 차별행위로 낙인찍힐 것이다.

평등법은 차별영역과 차별 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따라서 합법적인 학문·종교·양심적 표현이 혐오표현으로 둔갑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만약 학문의 전당인 대학에서 동성애, 종북 추종세력, 신천지에 대한 비판이 혐오표현이라는 이유로 학문적 논의가 차단된다면 어떻게 될까.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신적 자유가 질식당하는 기막힌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평등법이 이른바 ‘차별 광고’도 차별행위로 간주한다는 점이다. 차별 광고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분리·구별·제한·배제나 불리한 대우를 표시 또는 조장하는 광고 행위’를 말한다. 예컨대 신문·인터넷신문, 정기간행물, 방송, 전기통신을 이용해 광고 형식으로 이단이나 동성애 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비판 의견을 제시하면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여기서 문제는 분리·구별·제한 등의 영역, 동기나 목적, 심지어 합리성 유무를 따지지 않고서 이를 무조건 차별행위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차별금지는 합리적 차별을 인정하는 평등 정신과 양립할 수 없다. 이런 문제점이 있기에 평등법이 비판의 자유를 억압함으로써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독재적 법안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홍익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