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온사로 확정하고 사건 종결하는 게 맞아”

입력 2021-06-29 21:16
개구리소년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김영규 전 대구경찰청 강력과장이 2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수사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자신이 수사를 지휘했던 대구 개구리소년 사건에 대해 김영규(83) 전 총경은 제일 먼저 “가장 큰 책임은 저와 경찰에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1991년 3월 26일 사건 발생 당시 소년들이 실종된 와룡산 일대를 제대로 수색하지 못해 이들의 행적을 파악하지 못한 게 지금까지 사건을 미궁으로 빠뜨리게 된 게 아니냐는 반성이다.

김 전 총경은 “당시 아이들이 도롱뇽 알을 줍기 위해 간 것으로 판단하고 와룡산 입구 저수지 9개의 물을 모조리 빼냈다”며 “저수지 중심으로만 수색하는 오판을 한 게 제일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만약 경찰이 와룡산 8부 능선을 포함한 전체를 제대로 수색했더라면 조기에 이들의 행적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전 총경은 당시 대구경찰청 강력과장으로 수사를 지휘하면서 많은 형사들을 현장으로 보내 각종 수사 정보와 여론을 수집해 왔지만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단서는 없었다고 했다.

유골이 발견된 이후에야 아이들이 살던 마을은 물론이고 건너편 마을 아이들도 탄두를 줍기 위해 50사단 사격장이 위치한 와룡산 중턱을 올라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형사들이 현장을 다니면서 이 이야기만 듣고 왔어도 바로 군부대 사격장 탄착군 일대를 수색해 사경을 헤매던 아이들을 구해낼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 전 총경은 “와룡산의 산세는 험하고 밤이 되면 불빛이 없어 길 찾기조차 쉽지 않다”면서 “사건 당시 아이들이 추위와 비를 피하려 사투를 벌이다 추위와 굶주림으로 탈진해 숨졌을 가능성이 큰 걸로 본다”고 했다.

유골이 11년이나 지난 뒤 발견된 점에 대해선 “각종 퇴적물로 자연매장 상태였다가 그해 여름 태풍 ‘루사’로 인해 유골 일부가 지상으로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사건을 저체온사로 확정하고 수사를 종결하는 게 맞다고도 했다. 김 전 총경은 “살해사건이 아니라 ‘저체온증으로 인한 자연사’라는 증거자료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구경찰청 수사 담당자가 수사 상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저체온사로 결론을 내리고 내부결재를 거친 뒤 검찰로 자료를 송치하게 되면 이 사건의 수사는 사실상 종결된다”고 했다.

순경에서 출발해 총경으로 퇴직하기까지 30년 이상 수사형사로만 활동했던 김 전 총경은 “아이들이 살해됐다는 법의학팀의 수사 결과 발표는 잘못됐다”고도 했다.

글·사진=대구 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