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상황만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 한국의 후기 기독교 시대(Post-Christendom)입니다. 서구 기독교 국가들은 기독교 가치와 사상이 주도하던 시절을 거쳐, 기독교에 대한 배척과 비판적 시각이 점점 강해지는 상황을 경험합니다. 한국은 기독교 국가가 된 적은 없지만, 후기 기독교 시대의 부정적 현상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초기 기독교 역사나 초기 한국교회 상황을 보면 교회에 대한 오해나 배척이 있었습니다. 로마 황제 네로가 기독교를 박해하던 시절, 로마인들은 네로의 누명을 뒤집어쓴 채로 자신이 그리스도인임을 고백하고 ‘인간 횃불’이 된 이들의 모습을 봤습니다. 로마인들은 기독교인들의 정직함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들이 가진 다른 기쁨에 대한 동경과 깊은 인상이 있었습니다.
초기의 한국 기독교는 제사로 인한 배척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기독교인들 안에 있는 신앙의 진지한 태도에 대해 표현하지 않는 존중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비난과 배척엔 존중이 자리할 여지가 없습니다. 신앙이 세상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세상이 교회를 염려하는 상황에 이른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음 통일, 세계 복음화의 민족적 과제들을 어떻게 전개해야 할까요. 부끄러운 혼돈이 있는 이 시대 속에서 우리의 길은 어떠해야 할까요. 이런 고민 속에서 세이레 기도를 했던 다니엘의 모습을 주목하게 됩니다. 다니엘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언약을 배신하고 멸망해 포로로 끌려가 자신의 신앙조차 지키기 어려운 이방 나라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드러냈습니다. 다니엘의 세 친구 역시 비슷했습니다. 그들에게 어떤 모습이 있었습니까.
첫째, 다니엘은 뜻을 정했습니다.(단 1:8) 다니엘은 바벨론의 음식과 문화를 따르도록 요구받았지만, 자신의 정결함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이 결정은 분리주의적인 과격한 행동이 아니라 겸손한 모습으로 자신들을 살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다니엘은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자신을 잘 대해준 환관장의 지위마저 어려워질 수 있는 위기 속에서도, 주님 앞에서 정결함을 위한 뜻을 겸손하게 지속합니다.
둘째, 다니엘의 세 친구인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는 우상에게 절하는 요구 앞에서 신앙을 타협하지 않았고, 하나님의 보호하심을 고백합니다.(단 3:18) 이들의 신앙에는 하나님이 자신들을 돌봐주지 않으셔서 풀무불에 들어가 타 죽게 되더라도 우상에게 절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있었습니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라는 흔들림 없는 정직함에 하나님의 역사가 나타납니다.
셋째, 기도는 하나님의 역사를 일으킵니다. 다니엘은 다른 신하들의 모함을 받아 죽을 위기에 놓입니다. 기간을 정한 사이에 다른 신에게 기도한 자는 사자 굴에 던져 넣기로 한 것입니다. 다니엘은 조서에 어인(御印)이 찍힌 것을 알고도 기도를 멈추지 않습니다. 다니엘을 아끼던 왕조차 어찌할 수 없는 법령이었지만, 하나님 앞에서 예루살렘을 향해 창을 열고 하나님께 감사하는 기도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결을 위한 정보나 힘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다니엘서는 순전한 마음으로 자신과 하나님을 연결하는 살아있는 신앙의 의식을 일깨웁니다. 이스라엘 민족을 넘어서서 세계 역사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종말론적 비전을 펼칩니다. 문제를 뒤덮는 하나님의 비전이 주어지는 신앙의 자리에 서길 기도합니다.
홍기영 목사(분당 창조교회·평화한국 법인이사)
◇분당 창조교회는 은혜와 선교, 영성이 있는 공동체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는 부르심에 헌신하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엡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