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정치편향 경계… 공교단 중심 합리적 연합 이뤄야”

입력 2021-06-30 03:07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 지도자들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모여 연합기관 통합방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소강석(예장합동) 장종현(예장백석) 총회장, 이철 기감 감독회장, 신정호 예장통합 총회장. 강민석 선임기자

코로나 팬데믹은 한국교회 리더십 부재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 예배가 위협받는 위기 상황에서도 연합기관이 여럿이다 보니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았고 사회에 혼선까지 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연합기관 통합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지난 22일 한국교회 대표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통합, 백석,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의 지도자를 만나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들어봤다.

참석자
이철 기감 감독회장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소강석 예장합동 총회장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장종현 예장백석 총회장 (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신정호 예장통합 총회장

-한국교회가 연합해야 하는 이유는.


△신 목사=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 제고 때문이다. 고도성장에 따른 사회문화적 후유증과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실추된 교회 신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사회의 저출산과 지속적인 비종교화 추세를 고려할 때 앞으로 상당한 기간 교세감소 현상이 지속될 것이다. 이런 시대 문제를 극복하고 다시 부흥을 이루기 위해서라도 대연합을 이뤄야 한다.


△이 목사=한국갤럽이 지난 4월 실시한 조사결과에 의하면 종교를 믿는 인구 비율은 1984년부터 2004년까지 늘었다. 그러다가 2004년 54%, 2014년 50%, 2021년은 40%로 이탈자가 계속 늘고 있다. 비종교인이 생각하는 호감 종교는 불교(20%), 천주교(13%), 개신교(6%) 순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흐를수록 종교성이 떨어지고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다 보니 지도력마저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연합기관이 통합한다면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와의 관계 등 대응이 한층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다. 교회가 갈등과 분열을 극복하고 연합하고 일치를 이룬다면 한국사회가 다시 교회를 지지하게 될 것이다.


△소 목사=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분열돼 선제적·자율적 방역을 하지 못했다. 게다가 원 리더십, 원 메시지를 내지 못하면서 예배의 주도권을 정부에 빼앗겨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이처럼 뼈아픈 상처와 고통을 받고서도 연합기관이 하나 되지 못한다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 교회가 하나 되지 못하는데 정치·이념·문화적으로 이질화된 남과 북의 통일을 주장하는 것이 어불성설 아니겠나.


△장 목사=한국교회가 코로나 상황에서 예배가 위협받는 위급한 상황까지 갔다. 전염병 확산의 위험을 선제적으로 관리하지 못했고 반기독교 세력은 교회와 사회를 분리하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한국교회를 보호하라고 만든 연합기관이 엇박자를 냈다. 이제는 복음전도 현장에 울타리가 되고 생명을 살리는 데 앞장서는 연합기관이 필요하다.

-분열의 원인을 정확히 알아야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나.

△장 목사=한국교회 안에 일어나는 갈등과 분쟁, 분열과 다툼은 교만과 독선, 이기심 때문이다.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들이다.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지 못한 것이다. 과거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면 한국교회가 새로운 역사를 이루기는 어렵다. 교리와 신학의 차이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인간의 탐심과 명예심,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했다.

△이 목사=교회사적으로 보면 연합은 선교적 관심과 부흥 운동을 통한 성령체험을 통해 일어났고, 성공을 거뒀다. 반면 갈등과 분열은 교리와 신학의 고착화, 진보와 보수 간의 당파성과 폐쇄성 같은 양극단의 상황에서 발생했다.

-실제적인 통합 방법이 있다면.

△신 목사=한국교회의 진보, 중도, 보수를 아우르는 대연합이 바람직하다. 우선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한국교회총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교회연합 등 세 연합기관이 연합하는 것부터 생각할 수 있다. 극단적인 좌편향이나 우편향을 제외하고 공교단 중심의 합리적인 진보와 중도, 합리적인 보수가 연합을 이뤄야 한다. 동시에 실력 있는 교계 인사들이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둬야 한다.

△이 목사=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이단 문제는 반드시 정리해야 한다. 또 경계해야 할 것은 정치편향 문제다. 이단 문제와 정치성향 문제를 덮고 가면 훗날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소 목사=우선 지도자와 연합기관 간의 비방금지 선언을 해야 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비방과 험담, 편 가르기, 분열 그룹들이 많았는가. 연합기관 간에도 상호 비방을 금지하고 소통하고 공감하며 하나 됨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플랫폼을 만들어가야 한다. 연합기관 간에도 하나 되는 빅 텐트 운동을 공론화해야 하지만 언론이 앞장서 주어야 한다. 이후 통합 협의체 구성해 상시 대화 창구를 마련하고 물밑 작업을 해야 한다. 통합 가시화 단계에 들어서면 각 연합기관의 임시총회를 통한 하나 됨의 합법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장 목사=통합 선포 및 감사예배에선 지난날의 분열과 과오를 자성하고 사과하며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우리 모두의 회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통합을 감사하며 한국교회가 대사회적으로 신뢰할 리더십을 선포하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간절함으로 모든 연합기관이 이해득실을 떠나 기득권을 내려놓고 순종했으면 좋겠다.

-연합의 필수 자세가 있다면.

△이 목사=한국교회사에서 연합과 분열이 반복되었기에 ‘기구’ 연합만이 아닌 진짜 연합정신을 살리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것이 투명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연합은 또다시 분열로 이어지는 ‘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서로 설득하고 이해하는 수고의 과정, 노력이 필요하다. 연합운동 자체가 교단의 투명성과 건강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장 목사=한국교회가 하나 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희생하고 봉사해야 한다. 교단의 벽을 넘어서 하나 되기 위해서는 얽매여 있는 모든 것을 풀어버려야 한다. 자기 교리에 얽매이고, 학문에 얽매이고, 물질에 얽매이고, 역사와 전통에 얽매이면 하나 되기 어렵다. 결국, 신앙과 삶의 기준인 성경으로 돌아가서 하나님의 뜻만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결단 없이 하나 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 목사=이 시대의 최고 사명은 무너진 교회를 다시 세우는 일이고 앞으로 혹시 올지도 모르는 제2의 팬데믹을 이겨내는 것이다. 이 모든 일이 한국교회의 공적 사역 아니겠는가. 이런 마인드만 있으면 얼마든지 연합기관을 통합할 수 있고 하나 되게 할 수 있다. ‘세움’이라고 하는 것은 영어로 플랜팅(Planting)이라고 하는데 과거에는 교회 개척만 의미했다. 그런데 지금은 세움이라는 의미로 확장해서 사용한다. 한국교회 연합기관도 마찬가지다. 다시 연합기관을 하나로 만들고 새판짜기를 하고 큰 틀의 공동체와 큰 숲을 이루는 연합기관으로 리셋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공적 사역 마인드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면.

△이 목사=초기 선교사들은 성경말씀 그대로 세상의 다양한 교회들은 교회의 머리가 예수 그리스도임을 함께 고백했다. 각기 그리스도의 지체임을 확인하고 예수 안에서 한 몸을 이루는 지체임을 확인하며 교회를 세워갔다. 한국교회 목회자에게 필요한 것은 교리·정치적 이해관계를 내려놓고 예수 그리스도가 중심임을 잃지 않는 것이다.

△장 목사=하나님은 한국교회가 하나 되길 원하신다. 회개용서운동, 기도성령운동이 한국교회에 불같이 일어나야 한다. 영적 지도자들이 먼저 회개하고 용서하며 한국교회를 하나 되게 하는 일에 밑거름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 한국교회는 그리스도의 몸 된 공교회의 거룩함을 회복하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교회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신 목사=한국교회의 대연합은 사회 문제에 대한 교회의 대처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대연합을 이뤄 그동안 한국교회가 대처해 온 종교인 과세문제, 이슬람 문제, 동성애 이슈, 차별금지법·평등법 저지, 사학법 개정 문제, 기독교 유적의 근대문화유산 지정 등의 현안에 더욱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 목사=앞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어떻게 찾아올지 모른다. 한국교회를 향해 더 가혹한 폭풍이 불어올 수 있다. 이제 한국교회 연합기관은 무조건 하나 돼 전열을 가다듬고 새롭게 전진해야 한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이 하나 돼 큰 집을 짓고 거대한 우산을 펼치면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반기독교 악법과 생태계 파괴의 공격 속에서도 우리의 후배들이 안전하게 목회하고 교회를 부흥시킬 수 있을 것이다. 큰 지붕 아래서 다시 한번 교회가 부흥하고 한국교회가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예수복음 안에서 하나 되면 당연히 복음 통일도, 평화 통일도 앞당겨질 것이다.

정리=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