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사표에… 文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 비판

입력 2021-06-29 04:01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에게 감사원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최 원장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위해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숙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2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사실상 대선 출마를 위한 수순이다. 감사원장이 대권 도전을 위해 직을 사퇴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문 대통령은 최 원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며 “바람직하지 않는 선례”라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최 원장은 감사원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저의 거취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장직을 계속 수행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오늘 대통령님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서도 원장직 수행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과 임명권자, 감사원 구성원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날 오전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통해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다. 2018년 1월 2일 임명된 최 원장은 임기를 6개월 가량 남기고 사의를 표명했다. 감사원장 임기는 4년이다.

문 대통령은 최 원장이 사의 표명을 공식화한지 8시간50분 후인 오후 5시40분쯤 최 원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감사원장 의원면직안을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최 원장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 사퇴한 것을 두고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사실상 정면 비판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며 아쉬움과 유감을 표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최 원장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응은 지난 3월 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의 때와 다른 모습이다. 당시 정만호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윤 전 총장이 사표를 낸지 1시간15분만에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는 짧은 입장만 발표했다.

청와대는 최 원장의 중도 사퇴에 대해 “문민정부 이후 전대미문”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회창·김황식 전 감사원장은 국무총리 지명으로 중도 사퇴했다. 이시윤·이종남·전윤철·황찬현 전 감사원장은 임기 만료로 물러났다. 최 원장의 사퇴로 강민아 감사위원이 감사원장 권한을 대행할 전망이다.

박세환 김영선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