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호랑이, 파리 잡겠다’ 중국, 10년간 374만명 처분

입력 2021-06-29 00:06
중국이 다음 달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 입구에 경찰이 우산을 설치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행사 준비를 위해 천안문 광장을 폐쇄했다. AP연합뉴스

중국에서 ‘시진핑 시대’가 열린 2012년 11월 공산당 제18차 당대회 이후 지금까지 부패 혐의로 처분받은 관료가 374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 주석이 “호랑이와 파리(부패한 고위 관료와 하급 관리)를 함께 잡겠다”며 반부패 드라이브를 강하게 건 결과다. 부패 척결은 공산당 정권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다. 동시에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샤오페이 중앙기율위원회 부서기 겸 국가감찰위원회 부주임은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100주년 경축 기자회견에서 “당 중앙의 지도하에 전국 기율·감찰 기관은 부패와 연관된 408만9000명을 적발해 이 중 374만2000명에 대해 기율에 따른 정무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14년 톈왕(天網) 작전을 전개한 이래 해외로 도피한 부패 사범 9165명 중 2408명을 붙잡아 217억3900만 위안(약 3조8000억원)을 회수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발표한 적색 지명수배자 100명 중 60명은 이미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해외로 도피한 부패 관리를 잡아들이는 ‘여우 사냥’ 작전과 함께 불법 자금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는 톈왕 작전을 벌여왔다. 검·경·금융·외교 등 정부 부처와 기관이 총동원돼 부패 관리들의 금융 채널을 봉쇄하고, 자금세탁 및 서류 위조 역할을 해온 지하 은행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샤오 부주임은 이날 “반부패 투쟁에서의 압도적 승리는 당의 전략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카로운 칼을 걸어놓고 늘 두려운 마음을 가지며 함께 발견하고 단속하는 상태로 감히 부패할 수 없는 메커니즘이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서슬 퍼런 감시 통제 체제에 압박을 느껴 부패 행위를 자수한 관료도 4만2000명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집권 이래 공산당 집권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부패를 지목해왔다. 그는 지난 1월 기율위 전체회의에서 “반부패 투쟁에서 조금이라도 느슨해졌다가는 그간의 성취가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반부패는 선택이 아니라 기필코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에선 지위고하를 막론한 부패 척결, 특히 고위직 부패 사범을 겨냥한 ‘호랑이 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시 주석의 반부패 전쟁은 다목적 포석이다. 우선 빈부격차 확대와 관료사회 부패에 따른 민심 이반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시 주석은 부패 분자를 그대로 두면 14억 인민의 마음을 잃는다고 했었다. 그러나 동시에 시 주석의 정적을 제거함으로써 장기 집권의 기반을 다지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시 주석 최대 정적이었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실각하고 그 자리에 시 주석의 오랜 측근인 천민얼이 앉은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관료들 사이에선 사석에서라도 당과 지도부를 험담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그만큼 강력한 통제, 상호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