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시진핑 시대’가 열린 2012년 11월 공산당 제18차 당대회 이후 지금까지 부패 혐의로 처분받은 관료가 374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 주석이 “호랑이와 파리(부패한 고위 관료와 하급 관리)를 함께 잡겠다”며 반부패 드라이브를 강하게 건 결과다. 부패 척결은 공산당 정권의 정체성과 직결된 문제다. 동시에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한 포석으로도 해석된다.
샤오페이 중앙기율위원회 부서기 겸 국가감찰위원회 부주임은 28일 베이징에서 열린 공산당 100주년 경축 기자회견에서 “당 중앙의 지도하에 전국 기율·감찰 기관은 부패와 연관된 408만9000명을 적발해 이 중 374만2000명에 대해 기율에 따른 정무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14년 톈왕(天網) 작전을 전개한 이래 해외로 도피한 부패 사범 9165명 중 2408명을 붙잡아 217억3900만 위안(약 3조8000억원)을 회수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발표한 적색 지명수배자 100명 중 60명은 이미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은 해외로 도피한 부패 관리를 잡아들이는 ‘여우 사냥’ 작전과 함께 불법 자금의 해외 유출을 차단하는 톈왕 작전을 벌여왔다. 검·경·금융·외교 등 정부 부처와 기관이 총동원돼 부패 관리들의 금융 채널을 봉쇄하고, 자금세탁 및 서류 위조 역할을 해온 지하 은행 등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였다.
샤오 부주임은 이날 “반부패 투쟁에서의 압도적 승리는 당의 전략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카로운 칼을 걸어놓고 늘 두려운 마음을 가지며 함께 발견하고 단속하는 상태로 감히 부패할 수 없는 메커니즘이 형성됐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서슬 퍼런 감시 통제 체제에 압박을 느껴 부패 행위를 자수한 관료도 4만2000명이라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집권 이래 공산당 집권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부패를 지목해왔다. 그는 지난 1월 기율위 전체회의에서 “반부패 투쟁에서 조금이라도 느슨해졌다가는 그간의 성취가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반부패는 선택이 아니라 기필코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에선 지위고하를 막론한 부패 척결, 특히 고위직 부패 사범을 겨냥한 ‘호랑이 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시 주석의 반부패 전쟁은 다목적 포석이다. 우선 빈부격차 확대와 관료사회 부패에 따른 민심 이반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시 주석은 부패 분자를 그대로 두면 14억 인민의 마음을 잃는다고 했었다. 그러나 동시에 시 주석의 정적을 제거함으로써 장기 집권의 기반을 다지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시 주석 최대 정적이었던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가 실각하고 그 자리에 시 주석의 오랜 측근인 천민얼이 앉은 사례가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 관료들 사이에선 사석에서라도 당과 지도부를 험담하는 일은 없다고 한다. 그만큼 강력한 통제, 상호 감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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