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으로 번 돈, 부동산으로 2배… 영리한 ‘타짜들’

입력 2021-06-29 04:07
불법 도박 사이트. 부산경찰청

해외에 서버를 두고 도박자금 9000억원 상당의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 중 일부는 번 돈을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에 투자해 2배 가까운 수익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사이트 운영자 등 17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해외 도피 중인 도박사이트 운영자 A씨(40대)는 여권 무효화 조치와 함께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했다. 도박사이트 이용자 17명도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일당이 운영한 불법 도박사이트는 모두 2개다. 주범 A씨가 운영한 S도박사이트와 A씨로부터 도박사이트와 운영 노하우를 전수한 B씨가 운영한 V도박사이트다. A씨가 운영한 S사이트에서 8000억원의 판돈이 오갔고, 나머지 1000억원이 B씨의 V사이트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른 범죄 수익은 S사이트가 200억원, V사이트는 40억원가량 될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범죄 수익을 추적하는 과정에 밝혀졌다. 수익금 행방이 모호한 S사이트와 달리 V사이트 운영자 B씨는 범죄 수익 대부분을 서울과 경기도의 부동산에 집중 투자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초기 투자금을 댄 뒤 동생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만 활동한 B씨는 수익금으로 2018년과 2019년 아파트 3채, 단독 주택 2채 등을 샀다.

B씨가 2019년 3월 20억원에 매입한 강남 압구정 한 아파트의 경우 현재 28억원으로 올랐고, 같은 해 3월 12억원에 매입한 광진구의 한 아파트는 최근 22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8년 12월 경기 남양주에서 4억2000만원에 매입한 한 아파트도 현재 7억2000만원이 됐다.

경찰은 C씨 등이 ‘김제 마늘밭 현금 사건’ 때처럼 범죄 수익을 숨기기 위한 대안으로 부동산 쪽에 눈을 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C씨는 평소 희토류 등을 수입하는 무역회사 직원으로 위장 취업해 단속을 피해 왔으며 경찰의 압수수색이 있었던 주에는 새로운 부동산 매입 계약이 약속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