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볕들자… 현대重, 대우조선해양 인수 ‘먹구름’

입력 2021-06-29 04:03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2020년 인도한 17만4000㎥급 LNG운반선. 현대중공업 제공

국내 조선업계가 상반기에만 연간 수주 목표치의 70% 이상을 달성하며 짙었던 먹구름이 걷히고 있지만 현대중공업은 마냥 기뻐하진 못하고 있다. 올해 ‘수주 대박’을 기점으로 조선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는 상반기에만 합계 수주 목표 317억 달러 중 71.9%인 228억 달러 규모의 수주 계약을 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수주 목표의 35.6%를 달성하며 저조한 실적을 보였지만 최근 61.2%까지 끌어올렸다. 이달 들어 1조948억원 규모의 대형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와 1조1225억원 규모의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한 덕이다.

조선업계가 오랜만에 호황을 맞자 이를 근거로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재검토하거나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허성무 창원시장, 강석주 통영시장, 변광용 거제시장은 지난 24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산업이)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며 “조선산업 불황을 근거로 정부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결정했는데, 본격적인 조선업 회복기를 맞았으니 경남 경제의 한 축인 대우조선해양을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허성무 창원시장, 강석주 통영시장, 변광용 거제시장이 지난 24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하는 것을 철회하고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데다 유럽연합(EU)에서의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고, 두 기업의 LNG선박 시장점유율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조건부 승인’ 결정이 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더해지면서 매각 반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두 기업의 LNG선박 시장점유율은 6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지난 23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런 지적이 나오자 “이런 조건으로는 우리 조선업의 장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업계에선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전 세계 조선시장에서 수위를 다투는 기업 3곳이 우리나라에 몰려 저가 수주 출혈경쟁을 하는 것보다 시장을 ‘컴팩트’하게 만들어 공급자 우위의 시장을 조성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당장은 조선업황이 개선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게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를 줄여 대외적 경쟁력을 더 키우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2년이 넘도록 답보 상태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신년사에서 “늦어도 올해 상반기 내 모든 것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으나 최근 EU 집행위원회가 두 기업의 결합에 대한 심층조사를 중단했다고 밝힌 만큼 인수합병 절차는 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