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 강행 원칙 흔들릴까… 靑 인사·검증라인 경질 쉽지 않다

입력 2021-06-29 00:03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소유한 경기도 광주 송정동 임야. 빈 컨테이너만 들어서 있다. 이곳은 개발계획 인가가 나온 송정지구에서 1㎞가량 떨어져 있다. 오른쪽은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 연합뉴스,뉴시스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사퇴하면서 청와대 인사·검증라인 교체 요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는 인사 추천을 담당하는 김외숙 인사수석과 검증을 맡는 김진국 민정수석, 이남구 공직기강비서관 교체는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문재인정부는 출범 이후 도덕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7대 검증 기준’을 만들었지만 권력기관 개편 여파로 국가정보원 존안자료 등은 검증에 참고하지 않고 있다. 공직자 자격 기준은 높아졌는데 검증 방법이 제한된 상황에서 참모 개인에게 인사 참사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라인은 완전히 분리돼 있다. 후보자를 크로스체크하기 위한 것으로, 참여정부 때부터 이어져 온 인사 방식이다. 인사수석이 세평을 바탕으로 후보군을 추리면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이 경찰 자료와 공적기록을 조회해 최종 검증한다.

청와대 비서관 인사는 인사수석실이 아닌 총무비서관실이 주도하고 있다. 김기표 비서관의 인사도 총무비서관실 관할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후보자 추천과 검증, 임명 과정에 다양한 부서가 관련돼 있다”며 “김 수석에게만 책임을 지우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김 수석을 경질할 경우 그동안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없이 공직자 임명을 강행해 온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2019년 5월 김 수석이 인사 업무를 맡은 이후 문 대통령은 야당 반대에도 김오수 검찰총장,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의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4주년 특별연설 기자회견에선 “야당이 반대한다 해서 검증이 실패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인사 논란의 원인으로 청와대 인사라인이 아닌 현행 인사청문회 제도를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 수석을 교체한다면 지난 2년간 김 수석의 손을 거쳐 임명된 공직자에 대한 자격 논란이 재발할 수도 있다.

문 대통령 임기가 불과 9개월가량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 수석의 후임자를 찾기도 어렵다. 당장 새로운 인사수석이 온다 해도 배우자 도자기 불법판매 의혹으로 낙마한 박준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나 사의를 표명한 최재형 감사원장의 후임 인사 정도만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선 국면에 들어가면 다음 정부를 위해 장차관 인사를 자제하는 것이 관례”라며 “김 수석을 교체해도 효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런 이유로 인사·검증 라인 개편 대신 부동산과 관련한 새로운 검증 제도를 강구할 방침이다. 2018년 김의겸 전 대변인 투기 논란 이후 내부적으로 부동산 검증기준을 계속 강화해왔지만 비슷한 사례가 또 발생한 만큼 부족한 부분을 손보겠다는 것이다.

야권은 김 수석과 청와대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외숙 인사수석의 무능은 이제 국민에게 짜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인사가 만사라는데 김 수석에 의해 진행됐던 인사는 망사(亡事) 투성이”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김 수석을 비롯해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이광철 민정비서관을 ‘문(文)고리 3인방’이라 칭하며 동반 경질을 촉구했다.

박세환 강보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