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교회는 환경운동에 특화된 소수 그룹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대형교회 역시 치열한 고민을 통해 창조세계의 회복과 보전을 위한 환경선교를 실천한다.
출석 성도 5000명의 대형교회인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 경기도 과천교회(주현신 목사)를 지난 11일 찾아갔다. ‘시냇가 하늘숲 녹색교회’를 표방하는 과천교회는 말 그대로 관악산 숲길이 이어진 자리, 양재천이 시작되는 시냇가에 그림처럼 들어서 있다. 시편 1편 3절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말씀이 떠오른다.
주현신(59) 담임목사는 ‘30+교구’를 담당하는 황정하 선임목사, 환경선교부를 맡은 정부활 목사, 목회지원실의 류청상 목사, 류선자 팀장과 함께 취재에 응했다. 자료는 부목사가 준비하더라도 담임목사 홀로 취재진을 맞이하는 교회들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주 목사는 “담임목사를 중심으로 교역자들과 협력하는 일종의 팀 미니스트리”라며 “담당하는 목사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과천교회는 소개 글에서 “개혁교회의 전통인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원신앙’과 더불어 만물을 창조하고 지키시는 창조주 하나님을 고백하는 ‘창조신앙’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한다”고 밝혔다. 주 목사는 2007년 말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를 한국교회 환경선교의 기점으로 봤다. 주 목사는 “한국교회 전체가 한마음으로 달려가 마스크를 쓰고 아이들과 함께 쪼그려 앉아 기름을 닦아내면서 환경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체험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2010년 과천교회에 부임한 주 목사는 “환경주의자는 아니지만 교회가 꼭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창조세계 보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코로나19 시대를 경험하며 친환경 목회의 중요성을 더 절실하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과천교회는 지난 6일 환경주일 기념예배를 드리며 모든 성도가 녹색 그리스도인이 되어 환경 선교사이자 지구 지킴이로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매일 낮 12시 각자 자리에서 드리는 6월의 정오 기도문은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주님, 환경파괴로 탄식하는 세상을 불쌍히 여기시고 기후위기를 자초한 우리의 탐욕을 다스리셔서 생명을 살리는 희망의 손길로 살게 하옵소서”로 시작한다. 교회는 성도 교육을 위해 온실가스 50% 감축을 도모하는 제로탄소스쿨, 환경정의와 녹색교회를 배우는 온라인 그린스쿨, 가정별 공과금 비교 등 환경사랑 방법을 공유하는 녹색 반상회, 업사이클링을 돕는 에코 공방 등에 더해 마을환경선교사 전문가 과정까지 준비하고 있다.
환경교육보다 더 중요한 건 실천이다. 환경선교 담당 정 목사는 “다음 달부터는 ‘4(For) Green 발걸음’도 시작한다”고 말했다. 7월엔 일회용품을 줄이고 ‘쓰레기 주우며 걷기’란 뜻의 ‘쓰줍은 걷기’를 실천하는 ‘그린 클린’, 8월엔 전기사용을 줄이고 자전거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그린 에너지’, 9월엔 잔반을 없애고 신박한 정리를 권하는 ‘그린 라이프’, 10월엔 로컬푸드를 구매하고 채소밥상을 만드는 ‘그린 푸드’를 계획하고 있다. 주 목사는 “지속적으로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마치 기도하듯 성도들과 함께 꼭 해야 할 일로 정착시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환경목회는 교회학교가 더 열심이다. 영유아·유치부는 생태 감수성이 담긴 책자를 배우며 생태영성 일기를 쓴다. 지난 3월부터 토요학교 숲 놀이를 진행한 어린이부는 다음 달 여름성경학교를 ‘에코 지킴이’란 주제로 연다. 중고등부는 쓰레기를 주우며 조깅하는 ‘줍깅’과 가정에 있는 빈 용기를 활용해 음식물을 포장해 오는 ‘용기내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청년교구 역시 녹색실천 카드뉴스를 소셜미디어로 공유하며 일회용품을 비롯해 전기사용 대기오염 수질오염 줄이기 실천 인증사진 등을 나누고 있다.
착한 보수 신앙을 지닌 교회가 자신 있게 환경선교에 나설 수 있는 건 3040 세대 성도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과천교회는 지난 10년간 3040 세대가 먼저 부흥하고 이후 이들의 자녀세대인 교회학교와 부모세대인 노년층이 동반 유입되는 양상을 보였다. 만 33~42세를 뜻하는 ‘30+교구’ 담당 황 목사는 “이들 연령층에서 환경을 주제로 한 수요바이블아카데미와 실천을 위한 소그룹 활동에 가장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주 목사는 “교회는 선명성을 강조하는 환경운동 단체와 다르며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처럼 성도 다수와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환경보호론자의 급진적 운동도 그것 자체로 필요하지만 규모 있는 교회로서 어떻게 하면 이를 더욱 많은 성도들과 함께 신앙으로 표현하며 지속해서 실천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인식이었다. 주 목사는 “교회 자랑할 생각은 없었고 중대형교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지만, 규모 있는 녹색교회로서 교회와 사회에 기여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창조세계 회복을 위한 희망의 단초라도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과천=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