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금리 인상’ 스타트

입력 2021-06-29 04:07

전 세계적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올 들어 28일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한 나라는 멕시코 브라질 체코 헝가리 터키 러시아 등 주로 남미와 동유럽 신흥국이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지난 2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4.00%에서 4.25%로 0.25% 포인트 올리며 2018년 12월 이후 약 2년 반만에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시장 예상(금리 동결)을 깬 결정이었다.

직전인 22, 23일에는 각각 헝가리와 체코가 기준금리를 0.30% 포인트(0.60→0.90%), 0.25% 포인트(0.25→0.50%) 인상했다. 헝가리의 경우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10년 만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유럽연합(EU) 내 첫 주요 통화 긴축 사례라고 평가했다.

이들 국가는 금리 인상 주요 이유로 가파른 물가상승세를 꼽았다. 멕시코와 헝가리가 최근 집계한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각각 6%, 5%대로 목표치(3%)를 최대 2배 가량 웃돌았다.

금리 인상은 한 차례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각국은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춘 상태였다. 죄르지 머톨치 헝가리 중앙은행 총재는 “금리 인상 주기가 시작됐다”며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갈 때까지 (금리 인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국가, 특히 신흥국 통화당국은 기준금리를 충분한 수준까지 되돌려놓지 않으면 향후 또 다른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써먹을 수단이 마땅치 않다. 선제적 금리 인상에는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해 외국자본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에는 유럽에서도 물가상승률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올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던 많은 신흥국에서 금리 인상으로의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