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존속보다 청산이 낫다”

입력 2021-06-29 04:05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전경. 쌍용차 제공

기업 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가 최근 법원에 제출된 중간보고서에서 기업청산 가치가 존속 가치보다 더 높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공고를 내고 경영정상화 시동을 건 쌍용차는 새 투자자와 인수·합병(M&A) 절차만 제대로 마무리된다면 기업 가치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 조사위원을 맡은 EY한영회계법인은 지난 22일 서울회생법원에 “현 상황에서는 쌍용차의 계속기업 가치보다 청산 가치가 더 높다”는 내용의 중간보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쌍용차는 기업을 청산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약 1조원으로 평가됐다고 한다. 반면 경영을 유지할 경우 얻을 미래 수익을 따져볼 때의 기업계속 가치는 6000억원 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앞서 2009년 법정관리 당시 쌍용차의 계속기업 가치가 1조3276억원, 청산 가치는 9386억원으로 나왔던 것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한영회계법인은 오는 30일 서울회생법원에 최종 조사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쌍용차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인가 전 M&A가 최종 성사될 경우의 기업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본다. M&A 작업을 마무리 지은 후 이를 바탕으로 최종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인수 결과에 따라 계속기업 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쌍용차의 이 같은 회생 계획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앞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지목됐던 미국 완성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에 2억5000만 달러(2800억원) 규모의 자금 투입을 약속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쌍용차가 새 주인을 찾는 데 성공할 경우 청산 가치를 상쇄할 만큼의 현금 지원도 기대해볼 만하다.

다만 공익 채권 규모와 향후 투자 비용 등은 여전히 쌍용차의 발목을 잡는다. 현재 직원 퇴직 충당금(3100억원)을 제외한 쌍용차의 공익 채권 규모는 39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전기차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까지 진행하려면 실제 필요한 인수 대금은 1조원까지 불어날 수도 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