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7일 김기표 반부패비서관의 부동산 논란을 두고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니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비서관이 변호사 시절 정당한 방법을 통해 투자를 했지만, 여론을 감안해 인사 조치했다는 것이다. 또 “청와대 검증시스템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며 인사검증 부실 비판도 피해가려는 모습을 보였다.
출범 직후부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문재인정부가 이후 청와대발 부동산 투기 논란에 또 휩싸이면서 성난 민심에 또다시 불을 지폈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 집 마련을 위한 개인 대출은 규제하면서 상가 구입을 위해 수십억원대 빚을 내 투자한 고위공직자를 두고 ‘투기는 아니었다’는 청와대 입장이 과연 국민 정서에 맞는 것이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비서관은 2017년 6월 경기도 광주 송정동 임야 2필지(각각 1448㎡·130㎡)를 매입했다. 이 토지는 도로가 연결돼 있지 않은 ‘맹지(盲地)’였지만, 송정지구 개발구역과 불과 1㎞가량만 떨어져 있어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김 비서관은 “해당 토지는 광주시 도시계획조례(50m 표고 이상 개발 불가)로 인해 도로가 개설돼도 개발이 불가능하다”며 “토지 취득 당시 이러한 사실을 이미 인지했다. 지인의 요청으로 부득이하게 취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송정동 개발제한 조례가 김 비서관의 필지 구입 2년 뒤인 2019년에 제정돼 김 비서관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김 비서관은 국민일보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2009년에 이미 50m 제한이 개발허가 기준에 포함됐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송정동은 2009년부터 50m 표고 제한이 적용된 게 맞다”고 설명했다.
김 비서관이 관보에 명시된 두 필지 이외에 송정동 413-159번지(1361㎡) 필지도 갖고 있지만 신고를 누락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청와대는 “김 비서관이 해당 필지에 상가를 갖고 있어 필지 대신 건물이 관보에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 비서관은 부동산 재산(91억원)의 절반의 넘는 대출(56억원)을 받아 서울 마곡동 상가 두 채(65억원 상당) 등을 구입한 것에 대해서는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의 부실한 인사검증 시스템도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청와대는 김 비서관 임명 20일 전인 3월 11일 비서관급 이상을 대상으로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벌여 투기의심 거래가 없다고 밝혔다. 김 비서관은 임명 전이어서 조사 대상은 아니었으나 인사 검증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 비서관 검증 시에 부동산 내역과 취득 경위, 자금 조달 방식을 점검했지만 검증자 본인이 적극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까지 검증할 수는 없다”고 했다. 청와대가 아파트와 오피스텔만을 검증 대상으로 삼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는 토지와 상가(근린생활시설) 보유 여부는 따지지 않는다. 김 비서관은 지난 4월 15일 서울 중구 오피스텔(1억9650만원)을 매각해 1주택자로 분류됐다.
여권에서도 청와대 검증 절차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일 청와대에 김 비서관의 거취 문제를 정리하라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증 제도 보완이 필요한 게 있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박세환 박재현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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