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에 여경에 문준용까지… “불공정해” 청년들 아우성

입력 2021-06-28 00:02
박성민 1급 청년비서관 임명을 비판하는 사이트 ‘박탈감닷컴’ 홈페이지에 게재된 청년들의 발언 일부. 연합뉴스, 박탈감닷컴 캡처

한국 사회의 주요 갈등요소로 떠오른 ‘공정성 논란’이 입시 비리 의혹과 젠더 이슈, 취업난 속 특혜 등 여러 소재를 따라가며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노력에 비해 과도한 열매를 얻는 다른 이들의 모습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사회가 공정한지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지난 25일 박성민(사진) 청와대 청년비서관의 해임과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박탈감닷컴’이 개설됐다. 앞서 청와대는 1급 청년비서관 자리에 1996년생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난 21일 임명했다. 청와대가 “청년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청년과 소통하며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지만 정작 청년들은 이를 두고 ‘벼락출세’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탈감닷컴은 박 비서관과 같은 고려대 재학생이라고 주장하는 한 청년이 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뭐가 공정이냐. 박 비서관의 임명에 청년들이 큰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사이트를 개설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박 비서관의 개인 이력과 함께 “(박 비서관은) 정당 활동 외 별다른 취업 활동도 없다”는 비판도 담겼다.


박 비서관을 둘러싼 비판의 핵심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풀이된다. 행정고시를 3년간 준비하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이모(34)씨는 “만약 행정고시에 붙어 평생을 근무해도 2급이 될까말까인데, 박 비서관은 졸업도 전에 고시를 치지도 않고 1급에 올랐다”고 꼬집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7일 “청년들은 노력의 크기에 맞는 정당한 대가가 쥐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청와대가 노력이라는 ‘합리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부조리를 보여줬다고 여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했다는 것이다.

공정성에 대한 청년층의 분노는 취업뿐 아니라 여러 키워드를 따라 불이 붙어 왔다. 2018년 이른바 ‘숙명여고 사태’로 불리는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시험지 유출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학입시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어 2019년 8월 ‘조국 사태’를 겪으며 대입에서도 ‘출신 배경’이 우선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이후에는 젠더 갈등으로 공정성의 불꽃이 옮겨갔다. 특히 경찰과 같은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남성과 여성 간 근무 환경이 다른 것을 두고 마치 ‘여성들이 특혜를 받고 있다’는 식의 공정성 시비가 일었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가 ‘예술인 지원금’을 받은 것을 두고서도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다. 서 교수는 “(어려운 청년 세대들이) 공정이라는 가치가 현재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해결책이라고 인식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의 의미가 ‘절차적 정의’만을 중시하며 지나치게 좁은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만을 두고 ‘공정하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재벌 총수 일가가 (입시나 병역 등) 절차만 거치면 부의 쏠림이 있더라도 그 결과에 대해선 ‘공정하다’고 보는 인식이 있다”며 “평등과 형평성 등 여러 측면에서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지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박민지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