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폐지 연기되자 4800% 폭등까지… 요지경 코인시장

입력 2021-06-28 04:06

9월까지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른 암호화폐(가상화폐) 사업자 신고 접수를 앞두고 거래소들이 ‘불량 코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장 폐지 통보를 받은 코인 발행처는 대형 거래소를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거래소에선 거래 중단 결정을 번복된 코인 가격이 4000% 넘게 폭등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관련 법이 부재해 거래소의 코인 상장 폐지를 제재할 방법이 별 달리 없다는 입장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코인 재단(발행처) 드래곤베인 재단은 거래소 빗썸에, 피카프로젝트는 업비트에 각각 상장 폐지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최근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코인 재단들은 거래소의 암호화폐 상장폐지 과정이 일방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거래소가 해당 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면서 지적한 사항을 소명했는데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상폐를 결정했다는 이야기다. 한 코인 재단 관계자는 “발행처들이 상장폐지에 대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공동소송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상장폐지 일정이 연기돼 상폐 예정 코인이 ‘부활’하는 경우도 있었다. 코인빗은 코인 8종의 거래 지원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가, 3시간여 앞두고 돌연 연기했다. 그러자 해당 코인들은 가격이 폭등했고, 상폐 결정(23일) 이후 27일 오후 3시 기준 많게는 480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영업 신고 기한을 3개월여 앞두고 불량 코인을 정리에 나서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문제는 예상보다 상장폐지 규모가 크고, 이에 따라 투자자 피해도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 당국은 거래소의 상장 폐지 업무에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특금법은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여에 제한돼 있고, 코인 상장폐지와 관련된 규정은 없는 상태”라며 “현재로선 거래소 자체 기준으로 (상폐 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후 국회에서 코인 상장폐지 기준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도리어 업계에선 9월 24일까지 특금법 신고 요건을 맞추지 못해 퇴출 당할 경우 정부나 은행을 상대로 헌법소원 및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최근 암호화폐 업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되면서 은행권은 거래소 신고에 필요한 실명계좌 발급을 꺼리는 분위기다.

한편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지정한 엘살바도르는 암호화폐 거래 어플리케이션에 가입하는 국민에게 1인당 30달러(약 3만4000원) 어치 비트코인을 지급하기로 했다. 엘살바도르에선 9월 7일부터 비트코인도 법정통화 지위에 오른다. 금융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엘살바도르의 미 달러화 은행시스템과 실물경제에 끼칠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