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이 시대의 고흐와 테오

입력 2021-06-28 04:05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에 대한 대가는 적지 않다. 돈이 되는 일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몰입하다 뒤늦은 후회와 자괴감에 빠지는 사람을 많이 본다. 작년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문화예술인의 돈벌이가 얼마나 취약한 구조인지 도드라졌고 긴급생계지원 프로그램들이 가동되고 있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하고 쉼 없이 노력하고 결국엔 그들의 수고가 우리 사회의 발전에 질적인 보탬이 되는데 취약계층으로 복지지원을 받아야만 한다. 유럽국가들은 문화예술 분야를 나라가 직접 지원해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 분야의 누구를 지원할지에 대한 논쟁이 꽤 치열했다. 고급문화를 지원할지 대중문화를 지원할지, 그중 어느 장르를 지원할지, 엘리트를 지원할지 소비자를 지원할지를 놓고 다퉜다. 미국은 세금 감면이라는 당근으로 기업의 기부를 유도해왔다. 우리는 공공기관들이 구석구석 모두를 맡고 있다. 그런데 돈이 되는 대중적인 문화산업 영역에서는 아쉬운 면이 하나 있다. 대부분이 최저임금 이하의 소득을 감내하지만 스타가 되는 순간 여느 부호 못지않은 성과를 얻는 일이 속속 등장하는데 신인 시절 많은 지원을 받았으면서 성공은 오롯이 나의 능력과 열심 덕이라고 직원과 후배들에게 몰인정한 사람들을 보면 뭔가 개운치 않다. 최소한의 방어막을 제공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당연하게 여기는 대신 산업 내에서 어느 정도의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돈을 많이 벌고 있는 회사에서조차 업계 관행을 내세우며 열정 페이를 이어가는 건 정당하지 않다.

IT업계 창업자들의 통 큰 기부 선언이 이어지는 지금, 문화 영역에서도 부를 과시하는 대신 시원한 기부와 낙수효과를 만들어내는 멋진 선배가 탄생해주길 기대한다. 그래야 과거 자금세탁 창구로 기능했던 의심을 거두고 크고 작은 기부 행렬을 이을 수 있는 제도 보완도 할 수 있다. 생계지원카드보다는 출세한 선배가 사주는 밥이 더 달달할 테니까.

윤소정 패션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