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윈 국장 “북한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을 것”

입력 2021-06-28 03:01
안젤라 커윈 미국 국무부 한국국장이 지난 25일 줌으로 열린 한·미 교회협의회에서 대북문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줌 캡처

한반도 평화를 위해선 대화를 향한 북한 정권의 전향적 자세가 먼저이며, 인권 신장과 표현의 자유 등 북한의 체제 개선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미국 국무부 핵심 관계자의 발언이 나왔다. 군축 등 북한의 실질적 평화 노력이 없는 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확대 방침은 확고하며 미 정부 내 북한 인권 특별 전담자를 두겠다는 방침도 전했다.

안젤라 커윈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 대행 겸 한국국장은 지난 2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이홍정 목사)와 미국그리스도교협의회(NCCUSA·총무 짐 윙클러 목사)가 주관한 제7차 한·미 교회협의회에 특별 강연자로 나서 대북 문제를 설명했다. 커윈 국장은 주한미대사관 총영사를 역임한 한반도 전문가로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지난 40년 대북정책 재검토 작업을 담당했다. 미 국무부 한반도 실무자의 발언이 외부로 전해지는 건 이례적이다.

커윈 국장은 “지난 30~40년 동안 우리가 북한에 뭘 주면 대화할 것인가 하는 식으로 끌려왔다”면서 “북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며 자유 진영만 끌려오게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반도에서 군축에 나서지 않는 유일한 곳은 북한”이라며 “미국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세계적으로 많은 감축을 진행했고, 한반도 남쪽에서도 연합군사훈련이 줄었지만, 북한은 오히려 새 무기를 개발하고 군사비용 또한 전혀 줄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있지만, 북한 스스로 인권 문제와 표현의 자유 등 정상국가화를 위한 노력을 수반하지 않는 한 대화 상대가 되기 어렵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줌을 통한 질의응답 모습. 줌 캡처

커윈 국장의 발언이 1970년부터 동북아 평화와 한국의 민주화, 미국의 시민권 운동을 주도해온 진보적 성격의 한·미 교회협의회에서 나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2003년에 이어 18년 만에 열린 제7차 한·미 교회협의회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줌과 유튜브 등 온라인 채널로 개최됐다. 6·25전쟁 71주년을 맞아 노근리학살 피해자를 위한 치유와 화해의 예배를 함께 드렸으며 미국교회뿐만 아니라 세계교회협의회(WCC) 세계개혁교회연맹(WCRC) 캐나다교회협의회 등 전 세계 60여명의 에큐메니컬 인사들이 함께했다.

한·미 교회협의회는 정전협정 70주년이 되는 2023년 7월까지 한반도종전 평화캠페인을 지속할 것과 전쟁 희생자 추모 기도회를 비무장지대(DMZ)에서 한·미 교회 공동으로 개최할 것을 다짐했다. 남북 및 북·미 대화 계기 마련을 위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지 촉구, 청년 평화 공동연수, 평화선교사의 워싱턴DC와 서울 교차 파견 등도 언급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