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무더기 오류 왜?

입력 2021-06-25 04:05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무더기 오류가 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단순한 계산상 오류라고 밝혔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평가를 낮춘 것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재검토를 마친 뒤 수정된 공공기관 평가 점수와 등급을 25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2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의결한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에서 계산상 오류가 발견됐다. 예상보다 낮은 등급을 받은 기관에서 평가에 이의를 제기했고, 기재부는 수치가 잘못된 것을 뒤늦게 확인했다고 한다. 계산오류로 인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등급이 번복되는 건 경영평가가 도입된 1984년 이래 처음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점수 합산 과정에서 오류가 있던 것으로 나타나 원인 분석과 재평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던 공공기관뿐 아니라 전 기관에 대한 평가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민간 평가단에 위탁하는 일종의 용역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사전에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만일 점수 오류 규모가 예상보다 크고, 공공기관 평가 등급에 큰 변화가 생기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종합 등급과 범주별 등급은 각 공공기관의 성과급 규모를 결정할 때 지표로 사용된다. 벌써부터 공공기관에서는 정부의 등급 평가 기준을 믿기 어렵다는 불만도 흘러나오고 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 평가를 할 때 계량 평가와 비계량 평가 부문이 있는데, 비계량 평가는 세부 항목별 점수가 공개가 안 돼 알 수 없다”며 ‘비계량 지표’ 부문에서 오류가 났을 것으로 짐작했다. C등급을 받은 공공기관 관계자도 “우리도 계량점수는 좋았는데, 비계량 지표가 안 좋게 반영된 것으로 안다”며 “평가 결과에 의문이 있어도 정부가 평가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대놓고 불만 제기는 못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LH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는 의혹도 나왔다. LH의 평가 등급을 무리하게 낮추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LH는 최근 3년 연속 우수(A) 등급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미흡(D) 등급으로 떨어졌다.

다만 기재부는 LH 사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거듭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자의성이 들어갈 여지가 전혀 없다”며 “주로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준정부기관 쪽이고, LH 등 공기업 평가에서는 아직까지 오류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준정부기관에 포함되는 95개 기관의 평가 등급이 바뀔 가능성이 있으며, LH와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의 평가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기관장 해임 건의 대상이 된 기관들도 유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신재희 이종선 신준섭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