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과 자유, 보수와 헌신, 공정과 상식… 尹 ‘걸어갈 길’

입력 2021-06-25 00:02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에서 열린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야권 유력 대권 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29일 대권 출항’ 계획을 밝히며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해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그가 걸어갈 길은 보수의 정신을 기반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상식, 공정의 복원을 바라는 모든 세력을 규합하는 길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X파일’ 논란을 비롯해 당면한 검증과 견제 문제를 통과하는 것이 일차 관문이다. 아울러 국가 지도자로서 국정운영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요구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은 여러 후보지 중에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을 출마 선언 장소로 택했다. “헌법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설명이다.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인 이철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통성에 대한 굳은 신념과 애국심에 바탕을 둔 보수의 길을 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의 그간 행보도 보수의 정신과 연결 된다”고 했다.

앞서 윤 전 총장은 지난 9일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해 “우당과 그 가족의 삶은 엄혹한 망국의 현실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생생한 상징”이라고 말했다. 현충일을 앞두고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한 뒤 방명록엔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윤 전 총장이 걸어갈 길에서 국민의힘 입당 문제는 일단 후순위로 밀린 분위기다. 그는 최근 언론 통화에서도 “지금 국민의힘 입당을 거론하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와 예의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체 캠프를 보강하고, 민심을 경청하는 식의 독자 행보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윤 전 총장은 이미 국민의힘 바깥에서 “보수, 중도, 진보 그리고 문재인정부에 실망한 탈진보 세대까지 아우르겠다”는 대권 로드맵을 밝힌 상태다. 사실상 ‘반문(반문재인) 빅텐트’를 세워 정권교체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이와 함께 공직 경력 대부분이 검사 생활이었다는 한계를 벗어나 경제와 외교·안보·교육 등 분야에서도 자기 색깔의 정책 능력을 내보여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대선 캠프에 영입한 것도 이를 감안한 선택으로 보인다.

X파일 논란으로 불거진 자신과 부인, 처가 관련 의혹 해소도 넘어야 할 산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총장의 등판 예고에 X파일 이슈를 더욱 부각시키면서 공세를 펴는 분위기다. “정치인에 대한 검증은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신동근 의원), “자폭이다. 야당 스스로 지뢰를 밟고 폭탄을 터뜨린 것”(윤건영 의원) 등의 견제구가 날아들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사건 파일을 쌓고 있다”고 발언했던 민주당 송영길 대표에게 집중포화를 가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X파일의 본거지는 송 대표”라고 했고, 조수진 최고위원은 “송 대표가 작성 경위와 관여한 기관, 인물, 내용을 밝히고 공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윤 전 총장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71억6900만원(퇴직일 기준)의 재산을 신고했다. 윤 전 총장 부부 재산은 대부분 부인 김건희씨 소유다. 김씨는 15억5500만원 가량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복합건물과 51억여원의 예금, 2억6000만원 상당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윤 전 총장 본인 명의의 재산은 예금 2억4000만원이 전부다.

지호일 강보현 권중혁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