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유가 32개월 만에 최고… 찌푸린 화학·항공·해운

입력 2021-06-25 04:07

국제유가가 계속해서 치솟으며 100달러까지 다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학·항공·해운 등 국내 산업계에선 수요 저조와 유가 상승으로 인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2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가 OPEC플러스의 석유 감산,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70달러대를 회복한 후 급격히 상승하며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장에서 8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23센트(0.3%) 오른 배럴당 73.08달러에 거래를 마쳐 201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역시 2년6개월 만의 최고 수준에서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연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밑으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날 개최한 국제유가전문가협의회에서는 하반기 국제유가가 OPEC플러스의 증산 여부, 이란 핵협상,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시행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하며 올해 연평균 국제유가가 배럴당 64~69달러에서 형성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하반기 중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가능성은 낮으나 80달러를 넘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국내 정유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업계의 재고평가이익이 올라 호조가 될 수 있으나 현재 정제마진이 낮기 때문에 손해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6월 셋째주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1.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셋째주부터 2달러 밑으로 떨어져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의 하락세는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 데 기인한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가격이 많이 오른 반면 변종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고 백신 보급이 아직 전 세계적으로 본격화되지 않아 석유제품 소비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아 올 상반기까지는 정제마진이 낮은 상황”이라면서도 “다만 3분기에 석유 소비가 증가해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학산업의 경우 석유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납사(나프타) 가격이 오른다는 점이 부담이다. 항공업계도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이 전 세계적으로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데다 유가 상승에 따른 운임비용 상승이 겹쳐 신음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최근 최첨단·대형 선박을 연이어 수주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유류비용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