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승용차와 경트럭에 사용되는 한국산 타이어에 대해 최종 덤핑 판정을 내리자 국내 타이어업계가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해외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글로벌 공급가를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타이어 업계는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 조치에 따라 공장 간 물량 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는 올해 하반기 미국 현지 테네시 공장 생산 물량을 증산해 관세를 피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글로벌 판매량의 30%가 미국에 집중돼 있는데 이 가운데 현지 공장에서 조달 가능한 생산량은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등 해외 공장의 자체 생산 비율을 높일 계획이라는 뜻이다.
금호타이어 역시 공장 간 물량 이관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공장 간 생산비율을 어떻게 조절할지에 대해서는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앞서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 대응 차원에서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생산능력을 연 400만본에서 연 450만본으로 확대한 바 있다.
넥센타이어는 미국의 관세 부과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관세 부과에 대해서는 향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직접 재심을 청구할 예정이라고도 부연했다.
업계에서는 선제적으로 공급가를 높였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번 조치를 내린 것에 다소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는 지난 3월 국내 시장에서 각각 3~10%, 5~7% 가격을 인상했다. 다음 달 중 유럽의 교체용 타이어 공급가를 최고 5%까지 더 올릴 예정이다. 넥센타이어 역시 글로벌 타이어 공급가를 3~8% 상향 조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과 미국의 원활한 통상을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중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의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반덤핑 관세 조치는 정권에 상관없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앞서 ITC는 23일(현지시간) 표결을 통해 한국과 대만, 태국의 승용차·경트럭용 타이어 수입이 미 업계에 실질적 피해를 끼쳤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상무부가 한국산 수입 타이어에 대해 반덤핑 관세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최종판정을 통해 한국 업체에 14.72∼27.05%의 반덤핑률을 산정한 바 있다.
최지웅 전웅빈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