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던 곳은 시골이라 초등학교 친구가 대부분 중학교로 이어져 무척 가까이 지냈다. 고등학교 원서를 쓸 때 엄마가 문득 외고에 가는 게 어떻겠냐고 하기에 ‘설마 되겠어’ 하며 원서를 냈는데 덜컥 합격했다.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의 기숙사생활은 생각만 해도 캄캄했지만 입학 후 성격을 고치며 혼자 살아남기 서바이벌을 시작했다. 외톨이에 대한 염려로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좋은 말만 하고 행동도 조심스럽게 했다. 어려운 부탁도 ‘생각해 볼게’ 하며 거절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늘 친구들 눈치를 보느라 스트레스가 쌓이니 집에서는 완전 딴판으로 살았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종일 혼자 침대에 묻혀 노트북으로 각종 드라마와 오락프로그램을 섭렵하며 멋대로 행동했다. 오빠와 언니는 교회기숙사에서 살면서 TV 간증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모님의 자랑이었지만 나는 집안에만 박혀 폐인처럼 생활했다. 수능을 마친 후 운전면허를 따고 운전을 하니 엄마가 크게 반대했다. “왜 오빠는 바로 했는데 저는 안 돼요” 하니 “야, 오빠는 죽으면 천국인데 넌 죽으면 바로 지옥이잖아. 안 돼.” 억울했지만 사실이었다. “아빠,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이에요” 했을 때도 언니가 “너나 매. 아빠는 어차피 죽어도 천국인데 넌 지옥이야.” 가족들은 계속 나를 압박했다.
엄마는 꼭 교회 기숙사에 들어가야 한다며 춘천에 있는 대학에 가기를 원했지만 모르는 언니들과 함께 눈치 보며 산다는 생각에 숨이 막혔다. ‘설마 하나라도 안 붙겠어’ 하는 마음으로 춘천 한림대에 한 장 넣고 모두 다른 지역에 원서를 넣었다. 엄마가 “다 떨어지고 한림대만 붙도록 기도하마” 해도 콧방귀만 뀌었는데 얄궂게도 하나님께서는 결국 엄마의 기도를 들어주셨다. 어쩔 수 없이 입학하고 교회 기숙사에서 수련회부터 참석했다. 사실 나는 예수님의 부활도 알고 영접기도도 했었다. 그런데 ‘왜 나는, 가족들과 한마음교회 사람들처럼 변화된 삶을 살지 못할까’ 하는 의문과 왜 아담이 선악과를 따먹고 죄를 지어 나를 이렇게 고민하게 하느냐는 불평까지 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알 수 없었다.
수련회 둘째 날 목사님이 ‘하나님이 성자하나님을 세상으로 보내어 죽고 부활하심으로 모두가 믿을 수 있게 하셨는데도 믿지 않고, 내가 주인 되어 사는 것은 정말 악한 죄’라며 모든 것은 성령님께서 역사하셔야 한다고 하신 말씀이 드디어 들렸다. 이어서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면서도 저들을 용서해 달라고 하시는 장면에서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런 사랑의 예수님을 믿지 않고 내 멋대로 살던 삶이 비춰지는데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며 회개가 됐다. 끝까지 날 포기하지 않으시고 인도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눈물과 함께 예수님을 믿지 않는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영접했다.
예수님이 주인이 되니 잠깐 머물다 가는 이 세상이 선명히 보였다. 더 이상 사람들의 눈치 보며 삶을 낭비할 시간도 필요도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했던 친구들이 생각 나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예수님을 전하고, 언니들을 따라 상상도 할 수 없던 노방전도까지 나가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혼자만의 공간 속에 스스로 갇혀 힘들게 살았지만 하나님의 피를 나눈 영원한 하늘나라 공동체와 함께하는 시간이 꿈만 같다. 어떤 상황에서도 낙심하지 않고 벌떡 일어나 예수님만을 바라보는 오뚝이 같은 신앙으로 하나님의 꿈이 이루어지기까지 이 젊음을 불태울 것이다.
임미지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