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도 눈치도 생각도 없다고 사람들은 나를 돼지, 미련뚝배기, 밥통이라 불렀고, ‘재를 어따 쓰냐’는 소리를 들으며 자존감 없이 자랐다. 어른이 돼서도 분별력도 없고 상황대처도 잘 하지 못했다. 캐디로 일해 돈은 많이 벌었지만 직장 동료들에게도 늘 왕따와 괴롭힘을 당했다. 언젠가 작은 실수를 했을 때 ‘꼴에 주제 파악도 못하고…. 너 같은 건 죽어야 돼’ 하는 상사의 말에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던 그날 날아온 골프공에 맞아 이빨이 부러져 실행하지 못했다.
첫아이 해산 후 산후풍으로 종일 누워 있어 삶도 엉망이었다. 순하고 과묵한 남편도 이런 나의 모습에 힘들어 했다. 언젠가 너무 무기력해 남편에게 파출부를 불러달라고 했더니 어이없어 했다. 순간 숨이 막히며 가슴에 통증이 왔다. 그리고 어릴 때 아픔들이 생각나며 심한 수치심과 알 수 없는 분노가 폭발했다. 그때부터 심한 불안증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누가 나를 감시하는 것 같아 늘 커튼을 치고 살았다. 아이들을 발가벗겨 내쫓는 등 분노의 삶을 살다가 교회에 나가면서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불안증은 여전했고 구원도 흔들렸다.
나를 송두리째 변화시켜 달라며 기도하던 어느 날 ‘하나님이 그 지으신 모든 것을 보시니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는 창세기 말씀을 받고 ‘하나님이 지으신 귀한 존재’라는 사실이 너무 기뻐 거실에서 마구 뛰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또 의심과 낙심이 반복됐다. 내 믿음은 거기까지였다. 그러다 우연히 간증프로그램에서 복음으로 변화된 성도들의 모습을 보고 ‘그래, 바로 저거야. 나도 이제 살겠어’ 하며 한마음교회에 찾아갔다.
어느 날 ‘믿음은 부활부터 출발해야 한다. 믿음의 첫 단추는 부활이다’는 말씀을 들었다. 예수님이 정말 부활했다면 이분이 하나님이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부활이 진짜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러다 사도행전 2장의 ‘이 예수를 하나님이 살리신지라 우리가 다 이 일에 증인이로다’는 말씀이 가슴에 꽂혔다. ‘이 일’이 영어성경에 ‘the fact’로 나와 있는 것을 확인한 순간 ‘아, 이건 사실이야. 그래서 제자들이 부활을 증거하다 모두 순교했어.’ 예수님의 부활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사도행전 17장 31절 말씀처럼 내가 믿어지든 믿어지지 않든 예수님의 부활은 모든 사람이 믿을 만한 확실한 역사적 사실이었다.
바로 하나님 앞에 엎드렸다. “하나님, 그동안 마음에서 하나님을 배척하고 내 생각을 고집하며 주인 되어 살았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예수님을 주인으로 고백하니 드디어 모든 말씀에 토 하나 달지 않고 모두 ‘아멘’이 나왔다. 그리고 나를 지으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 하신 하나님의 마음이 떠오르며 아픈 마음도 봄눈처럼 녹았다.
어느 날 아들의 손을 잡고 엄마를 용서해 달라고 했다. ‘그동안 엄마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는 아들 말에 가슴이 미어져 그냥 꼭 안아 주었다. 하나님께선 하나씩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주셨다. 남편과의 관계도 놀랍게 회복되고 딸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주인으로 믿고 사명자의 삶을 살고 있다. 복음이 선명해지니 불안증과 대인기피증으로 무기력하던 옛사람은 간데없이 사라져 전도용 부채를 나눠주며 만나는 영혼들에게 전도하기 시작했다. 내 몸 하나 챙기기 어려운 나였는데 지금은 친정어머니까지 사랑으로 섬기며 살게 해 주셨다. 오직 하나님 말씀에만 순종하며 부활하신 예수님을 전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은옥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