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고양이에게’ 중에서 앨저넌 찰스 스윈번

입력 2021-06-24 20:30

당당하고, 다정하고, 거만한 친구,
황공하게도
내 옆에 앉아
영롱한 눈으로 찬란히 웃어 준다.
금색 눈이여, 나는 그 황금빛 페이지에서
사랑의 빛나는 보상을 읽는다.

검정과 하양이 어우러진
경이롭게 풍성한 털,
매끈매끈 복슬복슬 한밤의
구름과 달빛처럼 밝고 포근해
내가 바치는 숭배자의 손길을
더없는 다정다감함으로 갚는다.

개들은 마주치는 모두에게
아양을 떨지만, 그보다
고고한 마음을 가진 친구여, 너는
동급의 벗들에게만 응답한다.

내 손에 자기 발을 살포시 올려
이해한다고 말해 준다.

이재경 편역 시집 '고양이' 중

19세기 영국 시인이 쓴 고양이 시. 수많은 예술가들이 고양이에 마음을 빼앗겼고, 고양이에 대한 시를 남겼다. 번역자 이재경씨가 영미와 유럽의 시인들이 쓴 고양이 시 중 42편을 번역해서 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