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초딩 ‘신비아파트’ 모르면 간첩… 팬미팅·뮤지컬로 진화

입력 2021-06-24 04:03
신비아파트 캐릭터 김현우 이가은 구두리 구하리 최강림 신비 금비(왼쪽부터 시계 방향). 오른쪽 사진은 어린이용 호러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의 주인공들의 고등학교 생활을 다룬 실시판 웹드라마 ‘기억, 하리’ 시즌2의 포스터. CJ ENM 제공

어린 두 형제는 아파트 옥상 물탱크에 빠져 죽었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 때문에 둘이서만 자주 공을 차고 논 게 화근이었다. 아파트 현관문 앞에서 공을 차던 중 옆집 아저씨에게 ‘여기선 공놀이를 하면 안 된다’고 혼나자 형제가 찾은 곳이 하필 옥상이었다. 물탱크 안으로 들어간 공을 찾고 싶었던 형제는 물탱크에 빠져 원혼이 됐다.

어린이용 호러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에 나오는 이야기다. 성인이 보기에도 섬찟한 이런 스토리들에 아이들이 빠져들면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다. ‘유·초딩’과 친해지고 싶다면 신비아파트 이야기로 시작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오는 9월 시즌4 방영을 앞둔 신비아파트는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지적재산(IP)의 놀라운 확장력을 보여준다.

‘뽀로로와 친구들’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 볼만한 콘텐츠로 ‘신비아파트’가 주효했다. 명절 때 모여 할머니가 해주는 귀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듯 아이들은 신비이야기를 TV 앞에서 ‘본방 사수’했다. 스트리밍 시대에 흔치 않은 모습이다. 귀신과 인간의 대결 구도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귀신의 원한을 풀어주는 서사가 부모들을 안심케 했다. 시즌3 때는 타깃 시청층인 4~13세에서 최고 시청률 10.2%, 평균 시청률 6.7%, 평균 점유율 47.2%를 기록했다.(닐슨코리아/전국 기준) 어린이 전문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에선 전례 없는 일이었다. CJ ENM 관계자는 “‘신비아파트’ 이전엔 4~13세를 타깃으로 한 국산 애니메이션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시대의 아이들은 주인공 ‘하리’와 친구들에게 더 많은 소통을 원했다.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캐릭터들과 온택트 팬미팅을 하는 ’신비아파트 영통팬싸’까지 열렸다. 유튜브 공식 채널로 생중계된 현장에선 신비아파트의 주인공들이 아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거나 같이 놀아주는 모습이 연출됐다. 대학생이 된 신비아파트의 팬도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5월 기준 92만 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한 신비아파트의 공식 앱도 새로운 접근이다. 이 앱은 신비아파트 세계관 안의 소셜미디어(SNS) 역할을 한다. 캐릭터들이 직접 소식을 올리거나 어린 팬들의 이야기도 실린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IP는 거침없이 확장됐다. 2017년 첫 공연을 한 신비아파트 뮤지컬은 초연 당시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아이들에게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를 실제로 만나는 듯한 경험을 준 게 먹혀들었다. 시즌4 ‘비명동산의 초대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현장 관중 없이 온택트 뮤지컬 형태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신비아파트를 보며 자란 아이들이 청소년이 돼서도 즐길만한 콘텐츠로도 확장됐다. 호러 로맨스 웹드라마 ‘기억, 하리’는 고등학생이 된 주인공 하리와 친구들의 이야기다.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2.52%를 기록하고 같은 시간대 지상파 포함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모바일 게임 ‘고스트 워’ ‘신비아파트 고스트헌터’ 디지털 전시 ‘신비아파트 미디어 어드벤처: 내가 구하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IP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