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틀 연속 북·미 대화 일축… 리선권 “무의미한 접촉 생각 안해”

입력 2021-06-24 04:07
뉴시스

리선권(사진) 북한 외무상이 23일 “우리는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에 이어 이틀 연속 미국의 조건없는 북·미 대화 재개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리 외무상은 이날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문에서 “우리 외무성은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미국의 섣부른 평가와 억측과 기대를 일축해 버리는 명확한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환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리 외무상이 대미 담화를 낸 것은 약 1년 만이다.

김 부부장에 이어 북한의 외교를 담당하는 리 외무상이 담화문을 낸 것은 북한이 조만간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을 차단하는 한편 미국에 대북정책 기조 변화를 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월 미국과의 대화 재개 조건으로 내세웠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를 미국이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한편 한·미 외교당국 간 협의체인 한·미 워킹 그룹 종료 여부를 두고 양국이 미세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앞서 워킹그룹 ‘종료’에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워킹그룹 종료에 대한 질문에 “한국 등 동맹과의 협의와 조율을 대북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핵심적이며 우리는 정부 각급에서 다양한 외교적 메커니즘을 통해 대북 관여를 계속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미는 북핵 수석대표 협의에서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기로 합의했다”는 우리 외교부 발표와는 온도차가 있는 것이다.

한·미 북핵 수석대표는 22일 협의에서 향후 워킹그룹 운영 방안과 관련해 ‘컨클루전’(conclusion)이라는 단어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컨클루전은 ‘결론’이라는 뜻으로 해석되지만 ‘마무리’ ‘정리’라는 뜻도 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 일정을 마친 뒤 2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양국이 합의한 표현은 컨클루전으로 워킹그룹을 종료하고 후속 조치를 마련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반감을 표해온 워킹그룹이라는 이름을 떼는 것이지 대북정책을 조율하는 데 있어 한·미 간 협의구조에 변화게 생기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전날 밤 외교안보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워킹그룹이 종료되는 것이 아닌 재조정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는 “한·미 간 협의구조를 없앴다는 게 아니라 워킹그룹이라는 명칭을 우선 바꾼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손재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