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우려에도 국내 주식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빅테크 대장주인 카카오, 네이버가 나란히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반면 ‘국민주’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연일 횡보하면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23일 카카오와 네이버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6.60%, 8.31% 급등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카카오 주가는 한 달 전(5월 24일)보다 45.5%, 네이버는 19.1% 상승했다. 특히 카카오는 시가총액 75조2460억원을 기록하며 최근 쟁취한 시총 3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시총 1위 삼성전자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이날 삼성전자는 0.12% 소폭 상승 마감했다. 한달 전 대비 주가 상승률은 0.5%에 그쳤고, 3개월 전과 비교하면 오히려 2.1%가량 내렸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7개월째 개인 투자자 순매수 종목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이날까지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조4220억원어치 사들였다. 2위 포스코(4870억원)와 3배 가까이 차이 난다. 카카오의 경우 약 4730억원을 사들이며 개인 순매수 3위에 올랐다. 다만 네이버는 5260억원가량 순매도했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남들이 다 산다고 해서 섣불리 삼성전자를 매수했다가 수개월째 물려 있다”고 토로한다. 반면 빅테크 투자자 사이에선 “카카오 주식은 액면분할한 뒤 사들였는데 시세차익을 쏠쏠히 보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해에는 횡보하다가 올해 들어 급상승해서 이익을 실현했다” 등 이야기가 나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평가 우려가 나오던 빅테크 등 성장주들이 급등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상장 기업의 호실적이 나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과 테이퍼링 우려가 상쇄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남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23일 “금리 인상 우려도 당연히 존재하지만, 기업 이익 개선에 대한 확신이 좀 더 굳건한 상태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카카오, 네이버 주가 급등에 대해선 “현재 쿠팡 시총이 77조원이라는 걸 고려하면 빅테크주가 고평가됐다고 보기 어렵다. 주가에는 상대적 논리도 작용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도 빅테크주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이날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 목표 주가를 19만원으로 제시하고 “카카오톡은 향후 기업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같은 날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목표 주가를 52만원으로 유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성장성 확보 여부가 네이버 주가의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선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목표 주가 10만5000원을 유지하고 “상반기에 주가 조정이 지속된 만큼 이제 지나치게 우려하기보다 긍정적인 면을 볼 때”라고 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