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를 제외한 순자산 100만 달러 이상인 ‘백만장자’가 한국에 105만명 가량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인구의 2.5% 수준이다. 유럽계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는 22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글로벌 웰스 리포트 2021’을 발간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성인 1인당 평균 순자산 규모는 7만9952달러(9088만9433원)로, 그 전해에 비해 6% 정도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매년 각국의 가계 자산 조사를 취합해 성인의 순자산 규모를 달러로 환산하는 방식으로 보고서를 내고 있다.
리포트는 “코로나19로 인해 주가와 주택 가격이 기록적으로 올라 1인당 순자산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 “미국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서 총 자산이 더 큰 폭으로 늘었다”고 분석했다. 전세계 상위 1%에 들기 위한 순자산 규모도 2019년 98만8103달러(11억2773만원)에서 지난해 105만5337달러(11억9949만원)로 소폭 증가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100만 달러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백만장자’들은 5608만4000여명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195만1000명으로 전체의 39.1%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527만9000명), 일본(366만2000명), 독일(295만3000명) 순이었다. 한국은 105만1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5%가 백만장자인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과 백만장자 규모가 비슷한 나라들은 네덜란드(103만9000명), 스위스(103만5000명) 정도다. 리포트는 “한국은 20년 동안 백만장자 인구 비율이 8배가 넘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성인 1인당 순자산 중위값은 8만9670달러(1억197만여원)로 세계 19위권 수준이었다.
리포트는 향후 5년 동안 전세계 자산이 39%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 극복 이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자산 수익률과 맞물리면 부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리포트 저자인 경제학자 앤서니 쇼록스는 “집값 등 자산 가치 상승을 분석에서 뺐다면 세계 가계 자산은 떨어졌을 것”이라며 “금융 자산이 적은 하층 집단의 자산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많은 경우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자산 가치에 따른 부의 양극화가 생겨났고, 빈부격차가 켜졌다는 의미다. 실제 세계은행(WB)은 지난해 코로나19로 8800만~1억1400만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해 조사 이래 가장 많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극빈층은 1일 생활비 1.9달러(2200원), 1년 생활비 700달러(81만원) 이하의 소득을 올리는 계층을 의미한다.
나넷 헤츨러 페이데베 크레디트스위스 최고투자책임자는 “금리인하와 경기부양책이 글로벌 위기는 피할 수 있게 했지만 많은 국가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가 20% 포인트 이상 증가했다”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윤태 전웅빈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