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하반기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을 공식화한 가운데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한 내수 활성화뿐 아니라 자원 재분배 효과까지 고려하면 정부가 제도 설계를 보다 세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이란 올해 3분기 신용카드 사용액이 2분기보다 많을 경우 사용 증가분의 10% 정도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의 소비 장려 정책을 말한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처음 제안했다.
일각에서는 정책 시의성에 대한 의문이 나온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하반기 내수 회복도 자연스럽게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이는데, 굳이 정부가 예산을 들여서 따로 ‘캐시백’을 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점 커지는 상황에서 재정 지출 확대가 적절하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된다는 역진성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용카드는 상대적으로 소비 여력이 큰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결제 수단인 탓에 캐시백은 고소득 계층이 더 혜택을 볼 수밖에 없는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23일 통계청 1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분위 가구의 흑자액(처분가능소득-소비지출)은 39만7000원 적자였고 2분위 가구의 흑자액은 29만4000원, 5분위 가구의 흑자액은 329만7000원이었다. 만일 캐시백 정책이 시행돼 흑자액을 전부 신용카드로 쓴다고 해도 소득계층별로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크게 차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소비가 크게 줄어든 계층의 소비를 진작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 여력이 충분한 계층에게 소비를 더 하라고 부추기는 모양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신용카드 캐시백 제도 설계를 세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상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과 더불어서 업종별·사용처별 차등 혜택을 두면 효율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윤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전국민재난지원금 정책에 더해 캐시백 혜택까지 별도로 주면 역진성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저소득층에는 재난지원금을 주고, 소득이 높은 이들에게는 캐시백 혜택을 주되 혜택 상한선을 저소득층 지원금 이하로 제한하는 정책 혼합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루 부연구위원도 “코로나19 피해가 특별히 컸던 업종에 한해 캐시백 혜택을 더 주도록 하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