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불륜 생중계’는 왜 이어지나

입력 2021-06-24 04:04 수정 2021-07-08 15:10

직장인 A씨는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뒤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충격에 빠졌다. A씨의 지인이 불륜을 저지른 상황이 담긴 카카오톡 대화 캡처 사진이 여러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새벽 시간대부터 공유된 탓이다. 단체대화방에서는 지인의 불륜을 비난하고 욕하는 대화가 이어졌고, 지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 등 신상정보도 공유됐다. A씨는 23일 “실시간으로 국민들이 지인의 사생활을 알게 되는 것 같아 충격이 컸고, 지인이 잘못된 선택을 할까 걱정스러웠다”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통해 타인의 불륜 사실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일부에선 당사자가 상대 측의 불륜 사실을 지인들이나 SNS에게 알리는 망신주기가 일종의 ‘사적 제재’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불륜 사실 폭로가 심해진 것은 ‘간통죄 폐지’와 무관하지 않다고 분석한다. 2015년 간통죄 폐지 이후 불륜은 법적인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당사자들은 민사소송으로 대응하는 것과 별개로 주변 지인들이나 대중들에게 자신이 ‘불륜 피해자’라고 알리고, 상대의 죄를 묻는 ‘여론재판’식 대응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간통죄 폐지로 형사 처벌을 못하게 되면서 이를 대체할 대안적인 감시시스템이나 사적 제재로서 불륜 폭로를 활용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대중들은 불륜 사실을 퍼나르기 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심판했다는 성취감을 얻기도 한다. 김상학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타인의 불륜 사실을 전해 듣고 전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부도덕함을 평가하면 타인의 사생활을 폭로했다는 책임감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도 불륜 생중계 현상이 나타나는데 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는 “SNS를 통하면 익명성이 일부 보장되고 불특정 다수가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부도덕한 행위를 알릴 때 갖는 부담감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인의 사생활이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행위는 제재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차 피해가 발생하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 교수는 “부수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권침해에 가까운 폭로는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