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은 도쿄올림픽 D-30일이었다. 천재지변이 아닌 한 올림픽이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올림픽 강행에 반대하던 이들이 걱정하던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한때 하루 7000명대까지 치솟았지만, 최근에는 1000명대로 낮아졌다.
올림픽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불편하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사이트에 독도가 자국 영토인 것처럼 교묘하게 표기하는 치졸한 행태를 보인 게 첫 번째 이유다. 정치적 행위를 금지하는 올림픽헌장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지적에도 시정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이전에도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 추진, 반도체 핵심 소재의 수출 제한 등 이웃 국가를 무시하고 적대시하는 정책을 펴왔다.
두 번째 이유는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실망스럽다는 점이다. 팬데믹 초기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한 크루즈선을 봉쇄해 대규모 감염을 초래하더니 코로나 억제보다 정치·경제적 목적을 우선시한 고투트래블 정책으로 전국적 감염 확산을 불러왔다. 팩스와 우편으로 상징되는 행정 및 의료 시스템의 후진성과 난맥상도 드러났다. 지난달에는 병상 부족으로 중증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의료 붕괴까지 나타났다. 우리 선수단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선 도쿄올림픽을 보이콧하자고 주장하지만, 바람직하지 않다. 냉전 시대였던 1980년대에도 정치적 이유로 두 차례 반쪽 올림픽을 치른 적이 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구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이유로 80년 모스크바올림픽을 보이콧했고, 소련 등 사회주의권 국가들은 그 보복으로 84년 LA올림픽에 불참했다. 냉전이 격화되고 핵전쟁 위기가 고조됐다.
사회주의 독재정권의 몰락과 냉전 종식을 앞당긴 것은 양 진영이 모두 참여한 88년 서울올림픽이었다. 독재정권은 내부 통제를 위해 대외 갈등을 활용한다. 서울올림픽에서 미국과 소련의 선수가, 서독과 동독의 선수가 정정당당하게 겨루며 우정을 나누는 모습은 정치적으로 왜곡된 체제 갈등과 대결 구도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도쿄올림픽도 비슷하다. 감정적 보이콧보다 올림픽 정신에 따른 참가가 한·일 관계 정상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선 극우의 혐한 조장에도 불구하고 한류 드라마와 K팝의 인기가 저변을 넓히고 있다. 정치적 맞대응보다 문화 중심의 민간 교류 활성화가 극우를 고립시키고 새로운 한·일 관계를 추동할 수 있다.
도쿄올림픽 개최와 우리 선수단의 참가가 확정된 만큼 남은 과제는 안전한 올림픽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극우의 행태가 밉다고 도쿄올림픽이 폭망하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 세계 각국 선수단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올림픽이 안전하게 치러지길 기원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걱정스러운 건 일본 정부의 준비가 여러모로 미흡해 보인다는 점이다. 선수단에 감염자나 중증환자가 발생했을 때 일본 정부나 조직위만 바라보다간 낭패를 겪을 수 있다. 선수촌의 집단감염과 의료 붕괴 등 일본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사태가 발생해 가까운 한국이 지원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도쿄올림픽은 일본의 축제만이 아니다. 세계인의 축제이자 스포츠인의 제전이다.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 열리는 만큼 큰 성공을 기대하긴 어렵다. 일본 정부와 조직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각국 선수단이 힘을 모아 안전하게라도 치른다면 팬데믹으로 고통받는 세계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물할 수 있다. 코로나와의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선 경쟁 속에서도 빛나는 스포츠맨십과 같은 우정과 연대가 필수다.
송세영 문화스포츠레저부장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