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쯤 경남 함양의 지리산 칠선계곡 트레킹을 다녀왔다. 설악산 천불동계곡, 한라산 탐라계곡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계곡’으로 꼽히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1년에 딱 봄가을 4개월만 허용되는 곳이어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마천면 추성리 주차장에서 두지마을을 지나 계곡으로 접어들었다. 이끼가 낀 계곡이 눈길을 끌었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을까 하다가 내려올 때 찍으려고 마음먹고 돌아서는데 일행 중에 같은 곳을 유심히 보는 사람이 있었다. ‘이끼 계곡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발길을 이어갔다. 트레킹 종점에서 궁금증은 풀렸다. 되돌아올 때 그가 배낭에서 집게와 비닐봉지를 꺼내는 것을 본 순간이었다. 눈에 잘 띄는 쓰레기는 물론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쓰레기까지 일일이 주워 담고 있었다. 올라올 때 유심히 봐둔 쓰레기들을 내려가면서 줍는다고 했다. 앞서 내려오면서 이끼 계곡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그때서야 작은 과자 봉지 4개가 눈에 들어왔다.
요즘 ‘플로깅(plogging)’을 실천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이삭 등을 줍거나 모은다는 의미의 스웨덴어 플로카 우프(plocka upp)와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다.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위’를 뜻한다. ‘줍깅’ ‘쓰담(쓰레기 담는) 달리기’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달리기뿐 아니라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을 통해 쓰레기를 회수하는 다양한 행위를 포괄한다. 환경을 지키면서 자연도 즐기고 건강도 지킬 수 있다. 코로나19로 폐플라스틱 배출이 늘어나면서 플로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등산하면서 주운 쓰레기를 소재로 ‘정크 아트(junk art)’ 작품으로 만들어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클린 하이커’도 있다.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은 여행에서도 퍼지고 있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지속 가능한 ‘착한 여행’을 하자는 움직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친환경 여행 방법 제안 및 확산을 위한 ‘불편한 여행법’ 캠페인을 오는 10월까지 전개한다. 여행지에서 일회용품 줄이기, 여행 기념품 포장 줄이기, 친환경 제품 이용 등 작은 실천이 포함된다. 환경을 위해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그만큼 자연과 지구는 편해진다는 뜻이 함축돼 있다.
관광공사는 또 한국철도공사와 공동으로 친환경·저탄소 교통수단인 ‘KTX-이음’을 이용해 충북 제천 지역 관광지 등을 방문하는 여행 상품인 ‘우리끼리 제천 착한 여행’을 출시했다. ‘탄소 없는 여행’도 추진하고 있다. 탄소 없는 여행은 경남 통영시와 함께 통영 연대도에서 실시 중이다. 일반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지난 18일 1차를 실시했고 25일 2차가 예정돼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2~4인 규모의 캠핑 형태로 진행되는데 24시간의 체류 기간 중 화석연료 사용 안 하기, 일회용품 사용 안 하기, 재활용 불가 쓰레기 배출 안 하기 등 ‘세 가지 안 하기’를 실천하며 청정·무공해 섬인 연대도에서의 탄소 없는 여행을 경험하는 것이다.
연대도를 한 바퀴 돌며 수거한 플라스틱 등 환경쓰레기로 섬을 꾸미는 ‘비치코밍 업사이클 대회’, 태양광발전 전기만을 사용해 섬에서의 낭만을 즐기는 ‘언플러그드 콘서트’, 생태전문가와 함께하는 ‘에코 아일랜드 생태탐방’ ‘섬마을 별 보기 야행’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환경을 지키면서도 맛과 재미를 겸비한 착한 여행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고 한다. 등산, 여행 등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힐링하는 과정에서 지구를 아프게 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는 마음가짐이 절실하다.
남호철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