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는 이런 서비스가 사실상 ‘불법 사무장 로펌’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1등 플랫폼이 전체 법률시장을 독점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반면 리걸테크 업계에서는 플랫폼이 법률 서비스 장벽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고 맞선다. 변호사 찾기에 애를 먹는 소비자들에게 플랫폼이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
갈등의 역사
이번 논란의 신호탄을 쏜 건 변협이었다. 변협은 지난달 초 변호사가 아닌 자가 소개·알선 목적으로 하는 광고에 변호사가 참여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변호사광고에관한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변협은 “기존 규정으로 포섭하기 어려운 탈법 광고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변호사 소개·홍보를 하는 새로운 사업자들이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광고 형태로 변호사 정보와 법률 상담 사례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를 겨냥한 것이다.
지방변호사회도 변협의 움직임에 동참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달 말 소속 변호사들에게 메일을 보내 8월 4일까지 법률 플랫폼을 탈퇴하라고 요청하며 주요 법률 플랫폼 탈퇴 절차를 안내했다. 변협의 새 규정 시행 날짜(8월 4일)에 맞춰 서울변회도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업계 1위 플랫폼인 로톡은 반격에 나섰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지난달 31일 변호사 60명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변협이 시행할 예정인 광고 규정이 직업의 자유를 제한하고, 다른 포털사이트와 플랫폼을 차별하는 등 위헌성이 있다는 취지였다. 로앤컴퍼니 측은 “바뀐 규정에 따르면 네이버 키워드 광고 등도 금지돼야 하는데 변협은 네이버와 구글 등의 광고는 허용된다고 했다”며 “이는 플랫폼 이용 변호사들을 차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변협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이 같은 갈등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5년에는 서울변회가, 2016년에는 변협이 로톡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두 번 모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앞서 2006년에는 분야별 소송 승패율 등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이트가 업무방해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는 일도 있었다. 이때도 검찰은 해당 서비스가 변호사 업무를 방해하거나 법조브로커처럼 수임에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무혐의 처분했다.
플랫폼 對 기존 사업자
변협이 여러 번 문제 삼았던 쟁점은 플랫폼의 현행법 위반 여부다. 변협은 금품 등을 받고 변호사를 알선해 주는 행위를 금지한 변호사법 34조를 로톡과 같은 플랫폼이 어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장소만 온라인으로 옮긴 사무장 로펌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로톡은 광고료를 받고 변호사 광고 서비스를 제공할 뿐, 개별 사건을 소개하는 건 아니라고 반박한다. 법무부에서 “법률 서비스는 합법적”이라는 의견이 나온 것도 로톡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달 중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로톡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변협이 문제를 제기한 진짜 이유가 위협받는 변호사 시장과 플랫폼 영향력 확대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애초에 변호사 시장이 어렵지 않았다면 이런 이슈 자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변호사가 플랫폼에 종속된다는 것이 주는 불편함이 있다”고 했다.
플랫폼이 성장세를 보인 다른 산업계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충돌이 빚어졌다. 승차 공유 플랫폼 ‘타다’는 불법 콜택시 논란에 휩싸인 끝에 기존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택시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택시기사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힌 결과였다.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민족’도 배달 업계 1위가 된 후 수수료 체계를 변경하려다가 “독과점의 횡포”라는 정치권 비판과 “무리한 수수료 인상”이라는 업주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변협과 로톡이 갈등을 넘어 상생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변협은 공공 플랫폼 등을 대안으로 언급하기 시작했고, 로톡은 영업 중단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변협은 지난 21일 14개 지방변호사회와 함께 “1등 플랫폼이 법률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농후하고, 추후에 해당 플랫폼이 해외나 국내 대기업 자본으로 넘어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혁신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 그에 대한 성찰과 고민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앤컴퍼니는 변협의 입장에 대해 “법률서비스 시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면 함께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하지만 영업을 중단하라는 식의 부당한 횡포는 따르지 않겠다”고 맞섰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