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경선 내홍·X파일 공방 확산… 정국, 대혼전

입력 2021-06-23 04:00

대선후보 경선을 앞둔 정치권이 초입부터 과열 양상을 보이며 혼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집권당 대선 주자들은 경선 시점을 두고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22일 경선 일정을 놓고 회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는 25일로 다시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선 연기를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1야당은 유력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의혹을 담았다는 이른바 ‘X파일’ 논란으로 벌집을 쑤신 분위기다. ‘불법사찰’ 언급까지 나오며 여야 다툼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인다. 이런 여의도 정치권 움직임에 정작 국민 삶 개선과 국가 미래 비전에 대한 고민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은 2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었지만, 경선 연기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180일 전 기준을 기본으로 해서 대선경선기획단이 일정을 포함한 기획안을 만들어 보고, 25일에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단 규정상 정해진 대로 일정을 구성해 보고,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쪽에서 제기하는 문제들이 발생하면 연기 필요성에 대해 다시 논의해 보자는 얘기다.

여당 지도부가 지난주에 이어 결론을 또다시 미루면서 경선 연기를 둘러싼 당내 찬반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경선 시점 2개월 연기 여부를 두고 찬반 입장을 가진 의원들이 정면충돌했다. 경선 연기론자들은 ‘흥행’을 명분 삼아 연기 필요성을 주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지도부가 경선연기 안건을 당무위원회에 상정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별도 당무위 소집을 위한 당무위원 확보에 나서는 등 집단 움직임마저 보이며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흥행은 경선 시기가 아니라 방법의 문제”라며 당헌·당규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맞받았다. 조응천 의원은 “국민은 떡 줄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언제 마실 건지 다투는 것처럼 보이니 짜증 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은 윤 전 총장의 ‘X파일’ 논란에 혼란스런 모습이다. 윤 전 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출처 불명 괴문서로 정치공작 하지 말고, 진실이라면 내용·근거·출처를 공개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줄곧 무대응 원칙을 고수하다 정면대응 기조로 선회한 것이다. 야권 ‘내부 총질’ 상황이 이어지고, 여당도 공격에 가세하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공기관과 집권당이 개입해 괴문서를 작성한 것이라면 명백한 불법사찰” 여권을 겨냥했다. 출마 선언도 하기 전에 정치적 공방에 휘말린 모양새다.

혼란스러운 정국을 지켜보는 국민이 대선 경쟁 초반부터 피로감을 느끼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지금 벌어지는 갈등은 권력다툼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며 “소모적인 다툼은 자제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비전과 정책들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정현수 지호일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