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는 지난해 9월 27일 열린 교회 예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내년에는 긴축재정을 펼쳐 행사와 소모성 경비를 대폭 삭감하는 등 예산을 많이 절약해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면서도 “복지 예산은 유지해서 각 교구에서 어려움에 부닥친 성도들을 파악해 도울 수 있도록 하고 미자립교회 지원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 교회 예산의 30%이상을 차지했던 선교·전도·구제비에 대한 지원은 계속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유례없는 코로나19 확산은 여의도순복음교회 같은 대형교회의 재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동안 대형교회들은 그 규모에 맞게 많은 금액을 사회의 소외된 이들을 위해 지원해 온 만큼 대형 교회들이 복지 예산과 구제비 등을 삭감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 약자에게 가는 건 불 보듯 뻔하다. 이 목사의 결정은 교회의 존재 목적과 사회 속 필요한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1982년 12월 14일 교회 농어촌선교회 내에 ‘나누어 갖기 운동’ 본부를 설립하며 구제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97년까지 32만여점의 물품이 접수됐고, 이는 신앙 서적 ‘신앙계’와 함께 전국 보육원, 양로원, 국립소록도병원, 농어촌교회 등에 전달됐다.
이렇게 시작된 소외계층을 위한 교회의 지원은 92년 ‘의류수집운동’ ‘은혜의빵 나누기 운동’을 촉발했다. 특히 빵 모양의 저금통에 성도들이 돈을 모아 후원하는 은혜의빵 나누기 운동 사업으로 2018년까지 44억원을 모았고, 이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전 세계의 이재민 구호, 식량 지원에 사용됐다.
이후 여의도순복음교회는 99년 지금의 국제구호개발기구 굿피플(회장 김천수 장로)을 설립해 본격적으로 국내외 소외계층을 섬기기 시작했다.
당시 ‘선한사람들’이란 이름을 쓴 굿피플은 북한에 옥수수 종자 39.5t과 비료 1000t을 지원하는 대북 지원사업을 펼치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08년 태풍 피해를 본 미얀마 재해복구 사업, 2009년 케냐 나망가 지역개발사업, 아이티(2010년)와 네팔(2015년) 대지진 긴급구호단 및 재난의료팀 파견 등을 통해 해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2014년엔 교회의 1호 아프리카 선교사였던 고 임연심 선교사의 사역을 기리며 케냐 투르카나에 임연심굿피플미션스쿨을 세워 현지의 다음세대를 길러내는 사역에도 힘쓰고 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펼치는 ‘나눔과 섬김’ 사역엔 소외계층을 위한 의료지원 사업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무엇보다 84년 21명으로 시작된 ‘무료 심장병 수술 지원’ 사업은 2008년까지 국내외 4000명에게 수술 혜택을 제공했으며, 현재는 국내뿐 아니라 네팔, 베트남, 중국 등의 어린이들을 국내로 초청해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17년 말까지 4704명의 심장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선물했다.
교회의 다음 목표는 북한 평양에 건설이 추진 중인 평양심장병원 사업에 맞춰져 있다. 비록 현재는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로 건설이 중단됐지만, 이 목사는 지난 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병원에 들어갈 모든 자재 리스트 등 정식 서류를 최근 유엔 등에 제출했다”면서 “인도주의 차원에서 공사가 재개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 지역사회도 지속해서 품고 있다. 2012년부터는 매년 성탄절마다 사회 나눔 운동으로 굿피플과 함께 ‘박싱데이’를 진행하며 저소득층 가정과 홀몸노인, 다문화가정 등에 생필품이 든 선물상자를 지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층 더 생계에 어려움이 가중된 지난해엔 추가 지원에도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5월까지 지원한 규모만 135억원어치다.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겪은 경기도 안산시 지역엔 학생들의 심리치유를 돕는 ‘우리프로젝트’를 굿피플과 함께 실시 중이며, 그해 5월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안산지역 내 재래시장을 방문하며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동참해왔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는 2018년 발간한 교회창립 60주년 기념 책자에서 지금의 여의도로 교회를 이전해 건축할 당시 자금난을 겪던 교회를 위해 애지중지하던 놋그릇과 놋수저를 건축 예물로 내놓은 한 노(老)성도를 회상했다.
이처럼 성도들의 헌신과 후원으로 성장해 온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소외된 이들을 품으며 예수 사랑을 전하는 일은 어찌 보면 받은 사랑을 다시 갚는, 예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일이다.
이 목사는 22일 내부회의에서 앞으로 홀몸노인, 탈북자, 외국인노동자, 장애인, 저소득층, 미혼모 등 소외계층을 돕는 일을 가장 중요한 사역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사도행전교회의 모형인 안디옥교회는 선교와 구제만 했는데도 크게 부흥했다”면서 “우리가 초대교회로 돌아가자고 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한 방향을 찾지 못했는데, 외국인 노동자 220만명, 탈북자 4만5000명 시대를 맞은 오늘날, 이처럼 소외된 이들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