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와 협업한다고 해서 특별히 뭔가를 보여주려고 하진 않았어요. 작업이라기보다는 새롭게 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연습실에서 22일 만난 안무가 김보람(38)은 “콜드플레이의 노래 ‘하이어 파워’에 자연스럽게 춤추면서도 우리 무용단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범 내려온다’의 이날치 밴드와 함께한 무대로 주목받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최근 영국의 세계적 록 그룹 콜드플레이와 협업을 진행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와 콜드플레이는 지난달 ‘하이어 파워’ 싱글 발매 이후 다양한 협업을 선보이고 있다. 싱글 발매와 함께 공개된 퍼포먼스 영상에 이어 ‘브릿 어워즈’ 오프닝 무대와 ‘하이어 파워’ 뮤직비디오에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무용수들이 홀로그램으로 등장했다. 이날 오전에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하이어 파워’에 맞춰 서울 거리를 누비며 촬영한 댄스비디오를 공개했다.
“콜드플레이가 유튜브 채널 온스테이지에 올라온 ‘범 내려온다’ 영상을 보고 저희를 찾은 모양이에요. 지난해 12월 인스타그램 등 여러 통로로 연락이 왔고 1월 초 줌으로 미팅을 했습니다. 콜드플레이 측에서 ‘너희가 우리 음악에 출연하는 게 아니라 너희 영상에 우리가 출연하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 춤에 신뢰를 보여줘서 협업하게 됐습니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격리기간 2주를 포함해 한 달간 체류했다. 김보람은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부터 미래적인 느낌을 내달라는 요구를 받긴 했지만 맡은 안무 자체는 수월했다”면서 “콜드플레이가 브릿 어워즈에 직접 와달라고 제안했지만, 또다시 자가격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김보람은 2000년대 초중반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수 엄정화 이정현 코요태 등의 백업 댄서로 활동했다. 서울예대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한 뒤에도 방송댄스를 지속했지만, 안성수 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의 무용단에 들어가면서 무용계에 정착했다. 자유분방하면서도 독창적인 춤사위, 개성적인 의상과 짙은 선글라스 등을 앞세운 김보람은 얼마 안 돼 스타 안무가로 부상했다. 그에게 글로벌한 유명세를 안겨준 시작점인 이날치와 협업은 2019년 이날치의 리더 장영규 감독이 음악을 맡은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 개막공연 ‘군가(軍歌), 빅밴드 그리고 춤-우정의 무대’의 춤을 의뢰하면서다. 이 작업에 만족감을 느낀 장 감독이 이날치 작업에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를 다시 불렀다.
“최근 여러 시상식이나 가수로부터 협업 제안이 왔지만 다 거절했어요. 자칫 저희가 백댄서처럼 보일까 걱정됐거든요. 콜드플레이의 제안은 저희가 자유롭게 춤출 수 있어서 승낙했습니다. 최근 광고를 여러 편 찍었지만, 저희는 순수예술을 하는 현대무용단입니다. 저희 단원들끼리 ‘우리는 연예인이 아니다’라고 종종 말하면서 기본적인 작업에 충실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본업인 현대무용에 충실하겠다는 김보람은 오는 8월 20~2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는 국립현대무용단의 ‘힙합’(HIP 合) 무대에서 ‘춤이나 춤이나’라는 제목의 신작을 준비 중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