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50분 통근버스를 타는 이모(39)씨는 22일 버스에 타자마자 서둘러 스타벅스 앱부터 켰다. 스타벅스가 매년 여름 진행하는 ‘이(e)-프리퀀시 이벤트’ 증정품 예약을 위해서다. 오전 7시부터 앱에서 원하는 증정품을 고른 뒤 수령할 매장을 정하면 예약은 끝난다.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이벤트가 막바지를 향해 가면서 치열한 눈치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이씨는 이틀 연속 예약에 실패했다. 오전 7시에 ‘증정품 예약하기’ 탭에 접근하려면, 오전 6시55분 쯤에는 스타벅스 앱에 접속 중이어야 한다. 증정품 예약하기 탭은 오전 7시에 열리기 때문에 너무 일찍 탭을 눌렀다간 튕겨져 나오게 된다. 접속 타이밍의 ‘묘’가 필요하다.
이씨는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스타벅스 증정품 예약 꿀팁’을 숙지한 뒤 앱에 접속했으나 실패의 연속이었다. 지난 21일에는 스타벅스 앱까지는 금방 접속했으나 ‘증정품 예약하기’ 탭을 누르는 타이밍을 놓쳤다. 오전 7시가 되자마자 눌렀더니 ‘동시 접속자가 많아 잠시 대기중입니다’라는 안내 문구만 나왔다.
이튿날은 앱 자체에 접속을 못 했다. 오전 6시55분부터 접속을 시도했지만 계속 오류가 발생하면서다. 겨우 접속은 됐으나 증정품 예약은 실패했다. 이씨는 “어제는 대기인원이 1만5000명이 넘는 걸 보고 헛웃음이 나왔다”며 “줄을 서지 않는 것은 좋은데 이러다 예약을 아예 못할 것도 같다”고 말했다.
매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스타벅스 프리퀀시 이벤트가 올해는 ‘광클 대란’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타벅스가 증정품 수령 방식을 앱을 통한 예약제로 바꿨기 때문이다. 매장 앞에서 줄을 서는 풍경은 사라졌지만 이른 아침부터 ‘클릭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장 인기가 많은 ‘서니 핑크 쿨러’(사진)가 조만간 품절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앱 접속 지연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예약에 실패해 증정품을 받지 못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관계자는 “핑크 쿨러만 품절을 앞두고 있어서 당일 예약, 당일 수령으로 변경했다. 다른 증정품은 예약 기간이 7일로 여유가 있으니 너무 늦어지지 않으면 증정품을 받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정품은 다음 달 19일까지 받을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당근마켓, 중고나라 등에서 증정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쿨러는 4만원대, 랜턴은 3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문제가 됐던 ‘버려진 300잔’의 폐해를 막기 위해 증정품과 색깔만 다른 제품을 SSG닷컴에서 판매하기도 했다. 스타벅스 이벤트 제품을 사기 위해 SSG닷컴에 접속자가 몰리며 접속 지연 사태가 빚어졌고, 3차례 걸친 판매는 모두 20~30분만에 완판됐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여름, 겨울 두 번씩 스타벅스 이벤트는 하나의 소비 문화로 자리잡은 것 같다”며 “비판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지만 스타벅스에 열광하는 소비자들이 그렇게 많다는 건 사실 부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