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폄하하고 봉쇄조치를 조롱하는 등 방역에 역행하고 있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기이한 행보 뒤에는 측근들로 구성된 이른바 ‘문고리 내각’의 역할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간) G1 등 브라질 현지 매체는 상원 코로나19 국정조사위원회가 코로나19 부실 대응과 관련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수일 안에 국정조사위의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국정조사위는 코로나19 부실 대응이 그림자 내각의 존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방역 일선에 있는 보건부 의견을 따르지 않고 비공식 조직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비과학적인 해결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말라리아약 클로로퀸의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환자 치료에 사용하도록 해 왔으며 구충제 이버멕틴을 사용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백신 구매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이자사는 백신 공급 관련 81건의 서한을 브라질 정부에 보냈지만 보우소나루 정부는 이 중 53건을 무시해 화이자 백신 구매가 크게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러한 의혹들은 국정조사에 출석한 증인들의 발언을 통해 상당 부분 드러났으며, 국정조사위는 그림자 내각의 존재 여부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8일 국정조사 보고위원을 맡은 헤난 칼레이루스 의원은 지난 4월부터 진행된 국정조사에 출석한 증인 중 부실 대응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되거나 위증이 의심돼 조사가 필요한 1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여기엔 마르셀루 케이로가 보건장관, 에두아르두 파주엘루 전 보건장관, 에르네스투 아라우주 전 외교장관 등 전현직 정부 고위 인사와 더불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비과학적 발언을 두둔한 의사와 기업인들이 포함됐다.
조사를 통해 코로나19 부실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이 드러나면 국정조사위가 보우소나루 대통에 대해 연방검찰에 기소를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국정조사위원장인 오마르 아지즈 의원은 보우소나루 정부가 과학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약물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사용하도록 했고 백신 구매에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며 연방검찰에 기소를 요청할 증거가 충분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