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 돌아가는 모습이 정말 가관이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여야가 앞다퉈 민생 문제 해결에 올인하겠다고 다짐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온통 구태 정치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한동안 사라지나 싶었더니 여당에선 계파 갈등이 재연됐고, 이른바 ‘윤석열 X파일’을 놓고선 여야 간 공방이 격해지고 있다. 여야가 말로만 민생과 미래를 외치고 있을 뿐 실제로는 계파 이익과 과거를 더 앞세우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특히 재보선 참패를 반성하고 국민의힘 ‘이준석 현상’에 자극받아 더더욱 혁신하겠다던 여당의 행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몇 주째 대선 경선을 연기하는 문제를 놓고 계파 간 대립을 이어왔다. 급기야 22일 의원총회에서는 일정 연기를 찬성하는 이낙연·정세균계와 연기를 반대하는 이재명계가 격돌했다. 이들은 의총이 있기 전에도 거의 매일같이 TV, 라디오, SNS 등을 통해 공방을 주고받았다. 그러니 당 내부에서조차 국민들 삶과 동떨어진 문제로 너무 오랫동안 계파 갈등을 벌였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민주당은 경선 일정을 최종 확정하기 위해 이날 밤 최고위원회의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는 25일 다시 논의키로 했다. 그때까지 내분은 더 격해질 전망이다.
윤석열 X파일은 정국의 또 다른 블랙홀이 돼 가고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제일 처음 이를 거론한 데 이어 야권 인사가 파일의 실체를 입수했다고 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에선 파일의 실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출마 포기를 운운하고 있고, 국민의힘 쪽에선 ‘공작정치’설을 제기했다. 게다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날 “X파일이 공기관과 집권당에서 개입해 작성한 것이라면 불법사찰”이라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대치 전선이 더 확대됐다. 여야는 파일의 실체가 있다면 속히 공개해야 마땅하다. 윤 전 총장도 파일을 확보한다면 내용의 사실 여부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처럼 의혹만 난무하다 자칫 내년 대선도 생태탕에서 시작해 생태탕으로 끝난 지난 서울시장 선거의 판박이가 되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된다.
[사설] 민생 외면하고 ‘계파 갈등’ ‘X파일’ 수렁에 빠진 여야
입력 2021-06-23 04:03